수도권에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자영업자들은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오후 6시 이후의 사적 모임은 2명까지만 허용한다’는 결정에 이들은 “가뜩이나 없던 손님이 더 없어지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9일 오전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며 “사적모임은 오늘부터라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은 12일 0시부터 25일까지 2주간 4단계가 적용된다. 4단계는 거리두기 개편안 가운데 마지막 단계로, 사적모임은 오후 6시 이전에는 4인까지,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까지 허용된다. 직계가족, 돌잔치 등 각종 예외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적모임이 사실상 금지되는 것에 자영업자들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라멘집’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손님들이 주로 1~2명 단위라 크게 타격이 없을 것 같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오후 6시 이후 3명 금지 조치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나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원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야간에 가게 앞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장사하느냐 못하느냐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4단계 조치로 ‘망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불법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클럽 간 사람들을 잡아야지 애먼 자영업자만 때려잡냐”고 했다.
또 “오후 5시부터 오픈하는 가게인데 지금까진 어떻게 잘 버텨왔지만 이번엔 망할 것 같다” “버틸 힘이 없다. 정부가 이번 달부터 풀릴 것이란 헛된 희망을 줬다” “2명이라도 오면 차라리 다행인데 사람들이 안 나올 것 같다”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김종민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4단계에 돌입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못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며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를 내렸는데도 손실보상과 관련한 언급은 하나도 없는 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4단계 조치에 따라 결혼식·장례식엔 ‘친족 참여’만 허용되면서 결혼을 코앞에 둔 예비 신랑신부들도 답답한 심경을 쏟아내고 있다. 결혼식 준비 기간 들었던 걱정이 현실이 되자 분노를 표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상에는 “예식장보다 대형매장이 더 문제 아닌가. 결혼을 장려한다면서 결혼식장에 대해 가혹하게 하는 건 왜 그런 것이냐” “예식장이 환불이나 인원 감소만 해줘도 이렇게 화나진 않을 듯” “당장 다음주 토요일 예식인데 날벼락 맞았다. 소송이라도 걸고 싶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4단계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의 의견도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오히려 “12일부터 4단계를 도입하면 늦다”며 이날부터 당장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에 적지 않은 사람이 동의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장모씨(34)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금토일 3일간 확진자가 폭증하진 않을지 걱정된다”며 “진작에 단계를 올렸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당장 4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꾸 지역별로 방역 단계를 다르게 하니 수도권 사람들이 주말마다 지방에 내려온다”며 비수도권에도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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