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로 국제선 부활 기대감에 부푼 항공업계가 코로나19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300명을 넘어서며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하늘길 개방이 다시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확산세가 지속되면 트래블버블 시행 및 대상국가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16명으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746명이던 일일 확진자는 7일 1212명으로 폭발했고, 8일엔 1275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다 수준인 1240명(지난해 12월25일)을 뛰어넘은 데 이어 하루 만에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에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전망에 항공업계는 다시 긴장하며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괌, 사이판 등 트래블버블을 체결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취항 및 노선재개에 돌입한 가운데 국제선 정상화 추진 국면이 자칫 물거품이 될까 긴장감도 적지 않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사이판과 트래블버블 체결을 시작으로 국제선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갑자기 확진자 수가 급증해 당혹스럽다”면서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이 이토록 암울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LCC 국적사 한 관계자도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항공업 경기를 살리려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됐다”면서 “이번에 국제선 복원 시점이 또 늦춰지면 자금난에 몰려 있는 LCC들은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항공사들은 정부가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는 한 이달 말 예정된 사이판·괌 등에 대한 노선재개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보름 이상 시일이 남은 만큼 향후 추이를 살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4일부터 사이판 노선운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다음달 5일 운항하는 인천~괌 노선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경우 오는 29일과 31일 각각 인천~사이판, 인천~괌 노선을 주 1회 운항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트래블버블 차질 우려에 국토교통부는 사이판과 맺은 합의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에만 허용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만큼 사이판 정부도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본격 시행 일정은 현재 진행 중인 세부협의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이판과 협약을 맺을 당시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지만, 양국은 ‘입국후 지정된 숙소에 5일간 머물러야한다’ 등 강화된 방역 조건을 붙여 협약을 맺었다.
다만 협약에는 방역상황이 악화할 때 트래블버블을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서킷브레이커’ 조항도 포함돼 있어 추후 사이판 측의 요청 등으로 트래블버블이 중단될 가능성은 배재할 수 없어 보인다.
아울러 그간 항공사가 국제선 노선을 국토부에 신청하면 항공업계 경기활성화를 위해 허가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이 기조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만큼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국가들 간의 트래블버블 협약 체결은 지속돼야 한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조속히 진정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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