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기준 前 4인, 後 2인 허용에 "작위적 기준"
"점심·저녁 모두 밀집도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점심시간 인파몰리는 식당 우려…"인원 제한해야"
정부가 수도권에 대해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초강수로 코로나19 확산세 저지에 나섰지만, 인원 제한을 나누는 시간 기준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비필수 활동 시간대 외출을 줄여 확산을 막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지만, 코로나19가 밀집도에 따라 전파되는 점을 고려하면 낮 시간대 인파가 몰리는 식당과 같은 공간이 방역 사각지대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는 12일 0시부터 25일 24시까지 2주간 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다.
지난해 6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도입한 이래 정부가 최고 단계로 격상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수도권 전역에 야간통금 조치가 내려진다.
사적 모임은 오후 6시를 전후로 인원수가 제한도니다. 오후 6시 이전은 4인까지,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직계가족, 돌잔치 등 각종 예외도 인정되지 않으며, 인원 제한과 관련해 예방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적용도 제외한다.
이번 조치는 수도권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4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도권은 지난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16명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적모임 등이 주로 이뤄지는 저녁 시간대에 제제를 강화해 확산세를 꺾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9일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방안을 발표한 당시 “사회 필수적인 활동과 비필수적인 활동들의 기준 시간대를 오후 6시로 구분했다고 이해해 달라”며 “가급적 4단계의 기본 원칙은 불필요한 모임과 약속, 외출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달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적모임 제한에 있어서 그렇다 하더라도 필수 사회 활동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어 오후 6시라는 기준점을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역 조치로 방역 효과를 장담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간대를 기준으로 제제를 나누기보단 밀집도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점심시간 인파가 몰리는 식당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의 뇌관으로 떠오를 것이란 불안감도 제기된다. 4단계에선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면적 8㎡당 1명을 기본 이용 인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별 특성을 반영해 이를 조정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밤낮도, 남녀노소와 장소에 대한 구분없이 오로지 밀집도에 따라 퍼지는 것”이라며 “현재 식당같은 경우 8㎡당 1명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이 줄자를 들고다니면서 일일이 체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게 낮이라고 지켜질 수 있나”면서 “수칙 위반시 식당은 영업정지되는데 이는 전국민을 범법자로 내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저녁 모임이 낮보다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출퇴근 지하철이나 버스 내 감염이 없다고 하지만 해당 공간에서 역학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감염경로 불분명이 30~4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뿐”이라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오후 6시 기준은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상당히 작위적”이라며 “점심이든 저녁이든 집단의 밀집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점심엔 대개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이런 기준을 낸 것 같지만 점심이든 저녁이든 집단 밀집도를 어느 정도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식당같은 경우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몰릴 수 있으니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은 기존과 같이 오후 10시로 두되, 시간에 따라 인원 제한 조치만 강화한 것을 두고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식당·카페는 10시까지 열라고 하지만 국민에겐 두 사람만 모이라고 하면 남들 이목을 의식해 누가 가겠나”면서 “손님은 없는 상황에서 10시까지 가게를 운영할 자영업자가 어디 있을까. 결국 자영업자에게 보상하긴 어렵고 비난은 받기 싫으니 정부가 얄팍한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도 “인원수를 제한하면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런 고통을 겪을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답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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