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3시경 찾은 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특수 기능성 비료 생산유통업체 제이아그로㈜ 본사.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마케팅 전략회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 주제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마케팅’ 전략 방안. 적절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 때 정영만 회장(65)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정 회장은 “땅이 건강해야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기본 목표점에서 시작해보자”며 입을 뗐다. 그는 “농업계에선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이 우리 체질에 잘 맞다’는 뜻의 신토불이를 홍보에 이용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 농업은 농약 의존도가 높아 결실물에서 우리 땅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농민들에게 건강한 땅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설립 목적이다. 제이아그로 제품을 이용하면 진정한 신토불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보자”고 제안했다.
직원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형래 영업기획팀장은 “한국 농업 발전과 농민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직원들이 진심으로 공감해 회사 발전의 큰 동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아그로는 1995년 창업했다. 땅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밑비료와 웃거름을 비롯해 식물의 미세근 강화에 도움을 주는 뿌리발근제, 병해충 방제용 정균습윤제 등 3만∼10만 원대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스톨러사와 이탈리아 발아그로사, 일본 하야시사 등 세계적 비료 회사와 오랫동안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국내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제이아그로는 현재 대구 본사와 대전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비료는 전국적으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래서 대구에 있던 공장을 2010년에 물류 기능이 뛰어난 대전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전국 농가에 비료를 납품하고 있는 제이아그로는 유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기 이천과 대전 광주 대구 등 4개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매출은 140억 원 수준이다.
직원 수가 34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국내 비료시장 점유율이 3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진심이 담긴 경영철학이 제이아그로의 성장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 회장은 “식물이 건강한 땅에서 잘 자라게 하면 병충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어 그만큼 농약을 사용할 필요도 없어진다”며 “병충해가 발생하면 농약을 살포하던 기존의 ‘처방학적 농법’에서 식물이 처음부터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예방학적 농법’으로 발상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제이아그로의 주력 제품인 12올메이트(all mate)에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제품은 질소와 인산칼륨 황 마그네슘 등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12가지 미네랄 원소를 혼합한 비료로 제이아그로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2올메이트는 식물이 성장 시기에 따라 적정하게 흡수해야 할 원소를 한 번에 공급하는 장점이 있다. 성분마다 따로따로 뿌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을 한 번에 끝낸 것이다. 스스로 필요한 원소를 선택해 흡수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12가지 뷔페식 비료’로 명성이 자자하다. 식물이 자라면서 영양분을 빠짐없이 흡수해 병충해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게 됐다.
제이아그로는 전국 농업도시를 돌며 예방학적 농법을 적극 알리고 있다. 자사 제품 홍보보다 예방학적 농법의 중요성과 비료의 적절한 사용법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2019년 개설한 유튜브채널 ‘J아그로TV’는 강의 영상별로 적게는 7000회에서 많게는 3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농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쌀 생산 국가인 베트남 진출을 위해 당국 정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정 회장은 “‘모든 식물은 뿌리로부터 자라고 뿌리로부터 병든다’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고 농민들에게 건강한 땅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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