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 역겨워” 서울대 학생처장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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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2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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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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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라는 글을 써 논란이 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구 학생처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최근 며칠 사이 사람들의 거친 말에 저도 거친 말로 대응했다”라며 “그런데 제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이 되어 돌아왔고 갈등이 생겼다. 그 책임을 지고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구 처장은 “고인께서는 살아있는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재차 일깨워주고 가셨다”라며 “노동 환경을 둘러싼 뿌리 깊은 학내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절실함의 부재는 외부 정치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라며 “이들이 던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흑백 진영논리에 부지불식간 포획되어 우리는 더욱 표류해왔다”라고 덧붙였다.

구 처장은 “우리 사회 전체를 억누르는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 상생의 싹이 트기를 바란다”라며 “조만간 이루어질 서울대학교의 공정한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도 개선을 이루는 데 모두의 노력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들쑤시기보다는 감싸 안아 주는 것이 고인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라며 “저도 그 뜻을 기리는 데 일조하겠다. 다시 한 번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구 처장은 최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 노동자 이모 씨(59)와 관련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라며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구 처장은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해당 표현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날 구 처장의 표현이 고인을 2번 죽이는 망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서울대는 노조의 폭로로 일이 커지는 것에 분노하지 말고 그렇게 폭로될 사실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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