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내리자 텅빈 거리… 강남 식당엔 손님 단 2명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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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유행]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 르포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역 주변 먹자골목이 텅 비어 있다. 이날부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식당 
안에는 손님 2명이 앉은 테이블만 간간이 보였다. 저녁이면 퇴근한 직장인들로 붐비던 서울 광화문, 여의도 일대도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역 주변 먹자골목이 텅 비어 있다. 이날부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식당 안에는 손님 2명이 앉은 테이블만 간간이 보였다. 저녁이면 퇴근한 직장인들로 붐비던 서울 광화문, 여의도 일대도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손님 없는데 문열면 되레 손해”… 노량진 식당 19곳 무기한 휴점

“곧 6시야, 6시. 이제 3명 같이 못 있어.”

12일 오후 5시 59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일행들과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중년 여성 3명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매장을 빠져나갔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직장인 3명은 슬그머니 두 개 테이블로 나눠 앉았다. 이들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색한 듯 서로 간격을 두며 따로 매장을 떠났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63명 발생하는 등 대규모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수도권에 처음 시행됐다. 저녁이면 퇴근길 직장인들로 가득 차던 광화문, 강남, 여의도 일대 거리는 이날 오후 6, 7시경 거리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 “2명만 받으면 오히려 손해… 차라리 휴업”

도심 주점엔 2명 단위 손님만 수도권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한 주점이 거의 비어 있다. 2명 단위 손님들만 띄엄띄엄 
앉아있다. 아래 사진은 8일 오후 같은 장소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던 모습. 신원건 
laputa@donga.com·박영대  기자
도심 주점엔 2명 단위 손님만 수도권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한 주점이 거의 비어 있다. 2명 단위 손님들만 띄엄띄엄 앉아있다. 아래 사진은 8일 오후 같은 장소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던 모습. 신원건 laputa@donga.com·박영대 기자
이날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번화가는 오후 6시가 되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불과 100여 m 떨어진 식당가 골목은 번화가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강남역 일대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 3명 이상이 모여서 걷는 경우도 드물었다. 인근 주차장 관리인 김모 씨(64)는 “평소 이 시간이면 3, 4명씩 몰려다니는 사람들도 가득 찬다.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할 정도로 붐비는 곳인데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오후 6시 1분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3인 이상 집합금지를 지켜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고교 동창 2명과 함께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던 황모 씨(19)는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황 씨는 “2주를 기다려온 모임이 한 시간 반 만에 끝났다. 1명만 집에 보내기도 뭐해 어쩔 수 없이 다들 귀가할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 두기 4단계 도입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거리 두기가 풀릴 때까지 가게 문을 닫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 씨(39)는 “2명씩 오는 손님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재료비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휴업을 하는 편이 낫다. 일주일 정도만 장사를 해보고 매출이 안 나오면 한동안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 내 상차림 식당들은 이날부터 무기한 집단 휴점에 돌입했다. 식당 23곳 중 19곳이 휴점했다. 시장 상인들이 주로 찾는 4곳만 계속 운영된다. 한 점주는 “손님이 시장에서 산 생선회를 가져와 먹는 상차림 식당들은 1인당 발생하는 상차림 비용과 주류 등으로 매출을 내기 때문에 2명 이하 손님만 받게 되면 영업을 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초복(初伏)이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강남의 한 삼계탕집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초복’이라는 홍보 문구를 붙인 한 찜닭집 사장은 “그나마 복날이라 절반 정도 테이블이 찼지, 다른 식당을 둘러보니 텅 빈 곳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강화된 새 방역지침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후 6시 50분경 서울 지하철 신용산역 앞 택시 정류장에선 어린이 둘을 포함한 4인 가족이 택시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운전사가 “오후 6시 이후라 2명만 탈 수 있다”고 하자 이들은 “함께 사는 가족이다. 동거 가족은 괜찮다”고 한참 동안 설득해 택시를 탔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동거 가족은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이어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모임이 가능하다.

○ “출퇴근 외엔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

수도권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이날 정부는 다시 한 번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단계의 핵심은 야간에만 나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모임과 외출을 줄여 달라는 것”이라며 “출퇴근 외엔 가급적 나가지 말고 안전한 집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또 “방역수칙은 최소한의 강제 조치로 2인끼리의 모임이 증가하면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텅빈 거리#강남 식당#손님 단 2명#수도권 거리두기#4단계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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