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에어컨 없이는 살기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수도권은 코로나19 새 거리 두기 4단계 때문에 집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져 냉방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졌다. 가뜩이나 감기와 독감, 코로나19 간의 증세가 헷갈리는데 냉방병까지 가세하니 정신이 없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김지혜 교수는 12일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름철 냉방병과 코로나19 감염은 초기에 증상이 유사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냉방병은 두통이나 근육통을 동반한 피로감 및 기침, 콧물, 위장 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여 감기나 장염과 유사하다”면서 “감기, 독감, 냉방병, 코로나19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감별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감기의 정확한 명칭은 상기도 감염이다. 외부의 공기를 호흡하는 우리 신체의 코나 목(기도) 점막을 다양한 바이러스가 침범해 생기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상기도 염증으로 1~3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섭씨 39도 이상의 고열, 오한과 심한 전신 근육통이 갑자기 나타난다.
냉방병은 여름철 밀폐된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냉방 기구의 찬 공기를 맞을 때 생긴다. 실내외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나서 자율신경이 제 역할을 못해, 그리고 에어컨이 습도를 30~40% 감소시켜 호흡기가 건조해지는 게 원인이다.
하지만 냉방기기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 세균이 감염을 일으켜 냉방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내외의 큰 온도차가 원인인 냉방병과 달리 감기나 독감, 코로나19는 모두 바이러스가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감기와 독감은 상기도 즉 코나 목에 질환을 일으키는데 코로나19는 폐와 기관지 같은 하기도에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19와 독감은 근육통, 구토,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감기는 이런 증상 대신 코막힘과 콧물이 나타난다. 코로나19는 맛을 못느끼거나 냄새를 못 맡고 호흡곤란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기승을 부리는 델타 변이는 후각이나 미각 상실보다 콧물이나 기침, 두통 등 일반 감기와 증세가 비슷해져 더 구별이 어려워졌다. 즉 감기와 냉방병, 델타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증세가 비슷해진 것이다.
김교수는 “우선 해외 방문력이 있고 귀국 후 14일 이내에 임상 증상을 보이거나, 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복기가 없는 감기와 독감과는 달리 코로나19는 감염 후 1~14일, 평균 4~7일 사이 발생한다. 원인이 될 만한 행동이 언제였는지가 다른 병과 구별할 단서가 되는 셈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도 구별에 도움이 된다. 감기는 먼저 목이 간지럽다가 콧물, 기침으로 발전한다. 독감은 초기에 기침과 근육통이 나타나고 두통이나 인후통, 콧물, 발열, 설사,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발열만 먼저 나타난 후 여러 증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냉방병의 경우는 먼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증상이 좋아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체로 냉방병은 에어컨을 끄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에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에어컨 바람으로부터 신체의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고 실내 환기는 자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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