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실패
순위도 충북 이어 2위 밖으로 밀려
사업 아이디어 내고도 번번이 탈락
일각선 “과학도시 전략 부재” 지적… 사업 제안 지자체 가산점 부여해야
대전시가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 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를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정치적인 영향만 없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더니 순위도 2위 밖으로 밀렸다. 시가 과학기술 분야의 공모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 유치에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행정 전략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 충북에 2위 뺏기고, 인천에만 4연패
중기부는 9일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최종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25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유성구 전민동 일대를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려던 시의 계획은 일단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그 대신 자체적으로 ‘대전형 바이오 랩 허브’를 구축하겠고 밝혔다. 이런 독자 플레이가 국책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는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권영민 시 미래산업과장은 “바이오 분야에는 K바이오 랩 허브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신약개발 말고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며 “대전은 바이오 생태계의 강점을 살려 창의적인 바이오 기업 창업 및 육성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바이오 업계도 대전형 허브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모 사업에서 대전이 아쉽게 탈락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위조차 충북에 내준 것으로 알려지자 과연 최선을 다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은 공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쟁 대열에서 제외됐다.
인천시 유치를 위해 뛰었던 한 인사는 “초반에 과학기술 인프라가 우수한 대전이 최대의 경쟁자로 인식됐으나 곧바로 오송을 내세운 충북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며 “랩 허브 설립 부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제시됐는데 대전은 만족할 만한 부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아이디어 막는 공모 사업도 문제
문제는 시가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작 사업 유치에 실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8년 로봇랜드 사업을 시작으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시범노선 구축 사업, 스타트업파크 사업에 이어 이번까지 인천에만 4연패했다. 대덕특구 연구기관 관계자는 “시가 ‘과학도시’를 내세우지만 우수한 과학기술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해 지역을 발전시킬 과학기술 마인드와 행정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치전을 계기로 정부 공모 사업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시 관계자는 “허 시장이 2019년 보스턴 바이오 랩 센트럴을 방문한 뒤 그 모델을 대전에 조성하기로 하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며 “정부 지원으로 관련 용역도 진행됐는데 공모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향후 공모 사업 평가 배점에 지역 균형 발전 가점이나 사업 아이템을 제안한 지방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런 지적은 일부 다른 정부 부처에서는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 공모 사업을 평가할 때 지역균형발전지수를 넣어 가산점을 주거나 최초 아이디어를 제공한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규정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심 끝에 낸 아이디어가 전국 공모 사업으로 전환된다면 앞으로 어떤 지자체가 아이디어를 내려 하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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