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매섭습니다.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2배가 넘는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델타 변이가 3%에서 50%를 넘어서는 데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1주간 델타 변이 검출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실물 경제의 위축이 걱정입니다.
경제의 변동성이 클수록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68·사진)의 발언에 주목하게 됩니다. 연준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에 해당합니다. 고용, 물가, 금리, 경제 정책과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곳입니다. 연준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통화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연준이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베이지북’이 14일 공개됩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으니 물가 상승 압력이 점점 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작년 6월 이후 1년 넘게 0.25%로 묶여 있는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가 점점 다가옵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연준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냐 지속적이냐에 대한 판단, 그리고 백신 접종 추세와 델타 변이의 확산 양상에 따라 테이퍼링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의 자금이 빠져나갑니다. 이에 맞춰 시장이 요동칠 것이고 우리 중앙은행에서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이 많은 기업과 가계가 힘들어지겠지요.
요즘 같은 경제 상황을 묘사할 때 ‘골디락스 경제’라고 부릅니다. 원래 골디락스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골디락스’는 이 동화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의 이름입니다. 이 소녀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좋아합니다. 동화에서 ‘적당한 것’을 찾는 소녀의 행동에서 모티브를 따 온 이 용어는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로 월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996∼2005년 사이에 미국 경제는 195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물가 안정 속에서 호황을 누렸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적극 돈을 풀어 시장의 냉각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잠재해 있던 경제 과열 징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각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 변화를 두고 미 연준 내부의 불협화음도 들립니다. 서둘러 긴축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견딜 만하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습니다. 14일 베이지북 발표에 이어 14∼15일에는 파월 의장이 의회에 출석해 발언합니다. 그 자리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좀 더 인내하라고 할까요, 아니면 테이퍼링에 대한 암시를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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