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5>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 높아져
‘쓰레기 줄이기’ 언급 3배 껑충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대학생 김수빈 씨(24)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주 해수욕장에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 급증으로 일회용품이 쌓이는 걸 보면서 시작한 그 나름의 환경운동이다. 김 씨는 배달 음식 대신에 직접 요리하려 애쓰고 커피나 음식을 포장할 때는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쓰고 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바이브컴퍼니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공동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소비혁명 시기를 주도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것은 환경과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활동이었다.
바이브가 총 100억 건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발생한 작년 2월 이후 1년 동안 ‘쓰레기를 줄이다’라는 말이 언급된 횟수(10만 건당 언급량 기준)는 코로나19 이전 1년에 비해 7% 증가했다가 올 2∼5월에는 전년보다 292% 폭증했다.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집콕’으로 반짝 인기를 누렸던 집밥 언급량은 최근 4개월 동안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재택(―63%), 집콕(―73%), 등산(―42%) 관련 언급량도 크게 줄었다. 반면 유튜브(14%), 웹툰(5%), 주식(8%), 비트코인(65%), 웹드라마(26%) 등 온라인 활동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친환경과 윤리적 가치에 부합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가상현실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現생활방식이 팬데믹 초래” 반성… ‘일상 속 친환경 실천’ 자리 잡아
습관적 계절 옷 구매 자제하고… 분리배출 실천 등 생활 변화 게임-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 늘어…집콕 싫증-山스타그램도 시들 뮤지컬-연극-메이크업 등…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관심 회복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직장인 주태운 씨(40)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운대와 동백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며 주변이 깨끗해진 걸 보고 사람들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쳐 왔는지 절감했다. 그는 “테이크아웃 할 때 친환경 용기를 쓰는 식당을 찾고 라벨을 떼고 분리 배출 하는 등 일상 속 환경보호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1년 반, 4차례의 대유행을 거치며 등장한 ‘새로운 소비자’들은 주 씨처럼 환경 이슈에 특히 민감해졌다. 유례없는 팬데믹을 오랜 기간 겪으며 환경 문제가 소비자의 행동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환경과 게임에 몰두하는 뉴커머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인 표현은 ‘쓰레기를 줄이다’였다. 이 서술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서 언급이 가장 늘어난 표현으로 지난해 7% 늘어난 뒤 올해 들어 292% 급증했다. 대학생 박혜영 씨(23)는 “팬데믹 기간 사회 활동이 줄며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사실을 접한 뒤 환경보호를 실천한다”며 “카페 매장에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가져가고 과거 관성적으로 구매하던 계절별 옷도 최소한으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의 생활방식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의 주범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환경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인식은 향후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함께 코로나19가 초래한 또 다른 변화는 게임, 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이 일상화된 점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하모 씨(54)는 “코로나 1차 유행 후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해 지금은 역사 콘텐츠를 꾸준히 구독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연령대가 새로운 온라인 체험을 빠르게 습득한 만큼 향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메타버스’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오프라인 경험을 일부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집콕’에 질리고 ‘산스타그램’도 시들
반면 ‘산스타그램’(산+인스타그램·등산을 SNS상에 인증하는 문화)처럼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각광받던 활동 중 상당수가 올 들어 인기가 꺾였다. 지난해만 해도 재택(279%), 캠핑(70%), 드라이브(35%), 집밥(32%), 자전거(24%), 등산(3%) 등의 검색량은 전년보다 급증했지만 올해는 이런 단어 검색량이 일제히 줄었다. 오강석 씨(30)는 “한때 ‘수도권 산 정복’이 목표일 정도로 자주 등산했지만 이젠 좀 질린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재택근무가 ‘별로’라는 응답(31.4%)이 ‘만족한다’는 응답(16.5%)의 2배에 이르렀다. 재택과 관련해 2030세대에서 부정적 반응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설문에서 10명 중 9명이 재택에 만족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뉴커머스들이 최근 집콕 대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심을 회복한 분야는 뮤지컬(3%), 연극(2%), 메이크업(30%) 등이었다. 설문에서도 가장 가고 싶은 장소 1위는 영화관이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결국 언택트만으로는 온전한 경험과 만족감을 얻긴 어려웠던 것”이라며 “단순한 비대면 커머스를 넘어 사람의 손길과 소통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휴먼터치 커머스’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길 끊기자… 국내여행 매력이 보였다
코로나 이후 가장 가고 싶은 곳 “국내여행지” 39%… 유럽 다음 꼽아 SNS선 “포항-울릉도 가고 싶어” 전문가 “쉬고 오는 선진국형 진화”
직장인 남모 씨(39)는 과거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즐겼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속초, 양양 등지를 다니며 새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는 재미에 빠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남 씨처럼 국내여행의 묘미를 재발견한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취재팀과 SM C&C ‘틸리언 프로’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유럽(42.2%)에 이어 국내여행지(38.8%)를 두 번째로 많이 꼽았다. 50대는 국내여행지(43%)가 가고 싶은 곳 1위였다.
반면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래블버블 시행 후 해외여행을 갈 것인지 묻는 설문에 ‘이르다’(34.6%), ‘가고 싶지 않다’(20.2%)는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국내여행지를 언급하는 빈도도 늘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가고 싶은 장소로 많이 언급한 국내 지역은 포항, 울릉도, 양양 등이었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여행문화가 국내의 좋은 인프라를 즐기며 쉬고 오는 ‘선진국형’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보복성 해외여행’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국내여행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하듯 투자해요”
MZ세대에 재테크는 트렌드 모바일로 코인-주식 등 즐겨
직장인 이다미 씨(38)는 올해 초부터 300만 원가량으로 가상화폐 도지, 리플 등을 샀다 팔았다 한다. 변동 폭이 큰 데다 실시간으로 움직여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이 씨는 “원래 맛집이나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이젠 코인이 여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19를 거치며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재테크(59%), 비트코인(65%), 주식(8%) 관련 언급량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로나19 이전보다 관심이 커진 분야’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주식과 비트코인’ ‘부동산’을 택한 사람들이 ‘운동·건강’ 다음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재테크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이런 현상은 집값과 주가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자신만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포모 증후군’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MZ세대에게 재테크는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실제로 코인이나 주식, 부동산 조각투자(건물 지분 일부에 소액 투자) 등을 모바일로 게임하듯 즐기는 젊은층이 늘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세대들이 코로나19 기간에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재테크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즐긴 셈”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취재 황태호 사지원 이지윤 김하경 기자 ▽ 사진 장승윤 기자 ▽ 그래픽 김수진 기자 ▽ 편집 홍정수 양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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