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로비 관련 경찰 출석
골프채 등 수수 경위 8시간 조사… 李 “여권인사, Y 치자고 회유” 주장
이준석 “당차원 진상 조사 할것”, 경찰 “적법 절차따른 수사” 반박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3·수감 중)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사진)을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이 전 논설위원을 상대로 김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 씨는 올 3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골프채와 고급 수산물 등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에게 받은 금품이 수백만 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전 논설위원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오후 6시경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은색 승용차 조수석에 앉은 채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이 전 논설위원을 기다리던 취재진이 승용차를 막아서자 이 전 논설위원은 차에서 내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논설위원은 “여권, 정권의 사람이 찾아와 ‘Y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던 그날”이라며 “공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달 20일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열흘 만에 그만뒀으며,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취재진이 “Y가 윤 전 총장이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답변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이 전 논설위원은 1시간 뒤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저에 대한 실체적 조사도 없이 입건 여부와 피의 사실을 흘린 경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경찰이) 국민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때 김 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고, 이후 저희 집 창고에 (풀세트가 아닌) 아이언 세트만 보관되었다”면서 “당일 오전 큰비가 와서 저는 골프 라운딩이 불가하고 아침 식사만 한다는 생각으로 골프채 없이 갔다가 빌려서 쳤다”고 했다. 경찰은 이 전 논설위원의 주장에 대해 황당해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작이라면 이름을 밝히고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라며 “신빙성이 의심된다. 어두운 시대의 정치 드라마, 3류 자작극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논설위원의 주장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사안이다.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하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전 논설위원도 수사받고 있는 입장이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워낙 사안이 엄중하다”며 “범야권 후보진에 대한 음해공작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논설위원을 회유한 사람은 언론계 출신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포르셰 파나메라4’ 렌터카 차량을 제공받은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의 회신이 14일 오는 대로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박 전 특검 측은 13일 권익위에 공소 유지 기간에는 특검도 겸직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신이 청탁금지법상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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