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엎친데 ‘최저임금 인상’ 덮쳤다…“장사 접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여의도 한 음식점, 저녁 예약 2인 한 팀뿐 13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오리고기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공해영 씨가 텅 빈 식당 복도에서 메뉴판을 정리하고
 있다. 수도권에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저녁 예약자가 2인 한 팀뿐인 것으로 되어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의도 한 음식점, 저녁 예약 2인 한 팀뿐 13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오리고기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공해영 씨가 텅 빈 식당 복도에서 메뉴판을 정리하고 있다. 수도권에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저녁 예약자가 2인 한 팀뿐인 것으로 되어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영업자들 “엎친데 덮쳐 앞길 막막”

“이 정도면 저녁 장사만 접는 게 아니라 영업 자체를 고민해야 할 정도예요.”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승식 씨(43)는 최근 2주 사이 손님이 반 토막이 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하루 176명이었던 손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7, 8일 90명대로 줄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4단계 거리 두기’ 시행 첫날인 12일에는 77명으로 떨어졌다. 2주 만에 손님 수가 56.3% 급감한 것이다.

하루 매출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5일에 약 200만 원을 벌었는데 12일에는 약 80만 원에 그쳤다. 임 씨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가족들끼리 일을 하고 있다”며 “잘될 때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데 어제 저녁에는 겨우 2팀을 받았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식당가에서 매출 공개에 동의한 9곳의 12일 매출을 지난주 같은 요일(5일)과 비교해 보니 평균 6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인상된 시간당 9160원으로 정해지자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을 2.9%, 1.5%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식당 매출 61% 줄고 내년 최저임금은 5% 올라… “장사 접고싶어”
‘거리두기’ 엎친데 ‘인건비 상승’ 덮쳐

“오늘 총매출이 77만 원이네요. 지난주 월요일에는 277만 원이었어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는 12일 오후 10시경 영업을 마치고 매출전표를 출력하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팀이 이날 오후 9시 50분경 김 씨의 치킨집을 방문했을 때 손님은 없었고 김 씨와 종업원들이 매장을 정리 중이었다. 김 씨는 “평일엔 보통 30, 40팀 정도가 방문했는데 오늘은 18팀뿐이었다. 팀당 인원도 지난주엔 3, 4명이 대부분이었는데 2명으로 줄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 서울 식당 9곳 매출 42∼90% 줄어

12일 수도권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4단계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지난주에 비해 매출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에 있는 식당 중 매출 공개에 동의한 9곳의 12일 매출을 지난주 월요일(5일)과 비교해 보니 적게는 42%에서 최대 90%까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리고기 식당에서 만난 사장 공해영 씨(44)는 전날 저녁 예약 내용이 담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공 씨는 “어제 저녁에 예약 손님 2명과 지나가다 방문한 손님 2명을 더해 총 4명이었고, 매출은 15만 원이었다”며 “지난주 월요일 저녁에는 60명이 와서 매출이 150만 원이었다. 우리 집 월세만 해도 1500만 원인데 오늘처럼 팔면 장사를 할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3)는 “평일 매출이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는 나오는데 12일엔 딱 30만 원어치 팔았다. 이 정도면 거리 두기 4단계 기간에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로선 문을 닫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식당으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수정 씨(42)는 “여의도는 최근 몇몇 식당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 문을 닫아 두면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게 돼 있다”며 “안 그래도 죽어가는 상권인데 불 꺼진 곳들이 생기면 손님 발길이 더 끊기기 때문에 우선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최저임금까지 올라 인원 감축 고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들자 인건비 등 비용 절감 방안을 찾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13일 결정되면서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는 자영업자가 많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가게를 무인점포로 바꾸기 위해 가맹본부에 관련 문의를 했다. 보안에 취약할 수 있어 그동안 망설였는데 이젠 도입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1년 정도 일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지만 두 아들 결혼 때까지 뒷바라지하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5)도 “6명이던 직원을 12일부터 3명으로 줄였다. 정이 덜 들고 일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부터 내보내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오픈했는데 매달 2000만 원씩 적자가 난다. 한마디로 생지옥”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까 봐 걱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수현 씨(29)는 “최저임금이 올라 해고 통보를 받을까 두렵다. 사장이 연락을 할 것 같아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다”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씨는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며 최근 3년간 고시원과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한동안 일자리 시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5% 인상될 경우(9156원) 최대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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