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단계, 직계도 저녁엔 2인만
"가족 여행 취소해…안타까운 마음"
"그래도 생일인데" 모임강행 모습도
방역수칙 어기는 경우 과태료 부과
지난 12일부터 방역수칙 상 수도권에 사는 직계가족 간 모임이 엄격히 제한되며 가족 약속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운 핏줄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하는 이들도 다수인데, 만남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반갑다는 일부 반응도 나오고 있다.
1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며 각종 사적 모임이 제한되고 있다. 4단계에서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전까지 4인까지,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직계가족도 예외는 없어서 한 집에 사는 게 아니라면 인원 수를 지켜 만나야 한다. 시간 제한 없이 8인까지 모일 수 있었던 종전과 달라진 점이다.
가까운 친족과의 만남마저 제한되자 곳곳에선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대하던 집안 행사가 미뤄져 아쉽다는 사연들이 많다.
이모(62)씨는 이번 주말 동생들과 부부 동반으로 경기도 한 추모공원에 있는 모친 산소에 가려했으나 방역체계가 강화되며 계획을 접어야 했다. 총 인원이 8명이라 낮에도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19일이 어머니 생신 날이라 그 전 주말에 5남매가 다 같이 찾아뵈려고 했는데 못가게 됐다”며 “추석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80대 노모와 따로 사는 A씨도 처음 구상했던 여행 계획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이번 여름 휴가 때 어머니와 함께 경기권에 있는 휴양림을 가려했는데 가족이 다 합쳐 5명이라 취소했다”며 “방역수칙은 꼭 지켜야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가족과 일정 기간 거리를 둘 수 있어 좋다는 사례도 있었다. 방역수칙이 가족 모임을 피하는 일종의 핑계 거리가 된 것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임모(27)씨는 평소 주말에 종종 경기도에 있는 본가에 머물렀지만 당분간은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부모님에게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점, 오후 6시 이후엔 3인 이상 있을 수 없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임씨는 “부모님이 주말에 집에 들러 하룻밤 자고 가라고 권유할 때가 많은데 휴일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최소 2주간은 가족을 만나도 집 밖에서 점심 식사 정도만 할 것 같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수칙을 거스르려는 가족 구성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도 관측됐다.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가 발표된 후 맘카페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모이려는 가족들 때문에 고민이라는 글들이 간간이 올라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B씨는 “곧 시부모님 생신이 돌아오는데 집에서 모일 것 같은 눈치”라면서 “시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는 상황에 시동생 부부까지 모여 잔치를 할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른 주부 C씨도 “남편 생일이 있어서 이번 주말에 놀러가자고 정한 것을 취소도 안하고 모이자고 한다”며 “식구도 많아서 모이면 10명 이상인데 걱정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거리두기 조치는 오는 25일까지 2주간 유지된다. 사적모임 제한 조치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엿새째 1000명대를 넘는 등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이어지자 지난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2주간 짧고 집중적으로 4단계 거리두기를 적용해서 지금의 확산세를 하루라도 빨리 꺾는 것이 이번 4단계 거리두기의 목적”이라며, “많이 힘드시겠지만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최대한 빨리 지금의 증가세를 꺾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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