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 폭염 경보에도 검사 2배 폭증…선별진료소 “쓰러질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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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4일 08시 54분


13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몰린 시민들의 모습.© 뉴스1
13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몰린 시민들의 모습.© 뉴스1
“대기줄은 좀처럼 짧아지지 않는데 날씨가 너무 덥네요. 이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13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의료진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천막, 그늘막, 냉풍기도 통풍이 되지 않는 방호복과 두꺼운 마스크 앞에는 소용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로 이날도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인근 2층 광장까지 긴 줄이 생겼다. 시민들은 30분 이상 줄을 선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마포구에 따르면 12일 구내 코로나19 검사수가 평소의 2배가 넘는 2329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비슷한 규모의 검사가 이뤄졌다. 구는 앞으로도 당분간 검사수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관계자가 냉풍기를 더 가까이 옮기고 있다. 2021.7.13/뉴스1 © News1
1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관계자가 냉풍기를 더 가까이 옮기고 있다. 2021.7.13/뉴스1 © News1
선별진료소의 한 직원은 “요즘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 층이 검사받으러 굉장히 많이 온다”며 “우리는 3시간씩 교대로 사실상 하루 종일 일해 초주검 상태인데 곧 누군가 쓰러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지난해부터 일을 해왔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져 보람을 느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결국 우리가 코로나19를 이길 것으로 믿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서울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까지 올랐다.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35도에 육박했다. 전날 정오부터 발령된 폭염 위기경보 ‘주의’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도 지친 것은 마찬가지였다. 30대 남성 A씨는 “생각보다 너무 덥고 줄도 길어서 짜증이 날 정도”라며 “우리도 고통스러운데 의료진들은 매일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코로나19가 정말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검사라는 20대 외국인 여성 B씨는 “한국 친구들도 상황은 비슷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백신을 접종받을 기약이 없어서 계속 검사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강남구의 코로나19 검사수는 12일 7111건에 달했다. 이날도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13일 오후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 근처에 시민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 근처에 시민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현장에 있던 시민 C씨는 “더운 날씨에 1시간 이상 서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인데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여기서 감염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특별히 보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차려진 임시선별검사소도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한창 더운 낮 시간대에도 50여명이 줄지어 검사를 대기하고 있었다.

우체국 배달부인 D씨는 “30분은 기다려 검사를 받은 것 같다”며 “나는 얀센 백신을 맞았지만 회사 차원에서 모두 선제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임시선별검사소를 기존 26곳에서 52곳으로 2배 확충해 최대한 많은 검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접종했더라도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거나 불안하면 즉시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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