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다”고 크게 외친 마약 전과자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3)는 지난 12일 춘천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 위험운전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잘못이 있다’며 역시 항소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7시 40분경 강원 춘천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승합차를 몰다가 정상적인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하면 A 씨는 현장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횡설수설했다. 그는 당시 바닥에 앉아 이상한 말투로 “어휴 재수가 없었어”라고 큰소리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마약 전과가 있는 A씨에 대한 마약 투약을 의심하고 마약 검사를 실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검사 결과를 의뢰한 결과 양성으로 나오자 A 씨는 사건 엿새 전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당초 A씨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를 적용하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 시 약 8∼24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점, 사고 직전 또다시 투약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사고 발생 전까지 장거리를 운전하면서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필로폰 투약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마약 투약과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이어 “누범기간에 또다시 필로폰을 소지한 점, 무면허 상태로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범행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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