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둥지튼 유기견 가족이 안타까웠던 할머니, 119에 구조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2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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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안양면의 한 주택 창고. 유기견인 어미개가 창고 구석에서 새끼들에게 돌아가며 젖을 물리고 있다. 어미 개가 새끼를 낳은 건 1주일 전이다. 출산을 앞두고 장맛비를 피할 곳을 찾아 인적이 드문 이곳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장흥군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유기견이 비를 피해 창고나 축사에서 새끼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 80대 할머니는 혼자 새끼 8마리를 낳은 어미개를 보고 기특하다는 생각에 끼니 때마다 밥, 물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출산 후 극도로 예민해진 어미 개가 어느 순간부터 할머니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가오면 날카롭게 짖으며 새끼들 주변에서 항상 머물렀다. 마음이 불안해진 할머니는 안타깝기는 했지만 12일 소방서에 연락해 유기견 구조를 요청했다.

이처럼 농어촌을 중심으로 유기견이 늘어나면서 해마다 구조 신고도 증가하고 있다. 장흥소방서에만 한 달 평균 유기견 구조와 관련된 신고가 20건 정도 들어온다. 소방서 관계자는 “포획을 하려고 출동한 119 차량을 멀리서 지켜보고 도망 갈 정도로 유기견이 영리하다”며 “올 2월 탐진강에서 산책을 하던 20대 여성이 들개의 습격을 받는 등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소방본부 유기견 구조건수도 2018년 2897건, 2019년 3965건, 지난해 3832건, 올 6월까지 1718건에 달한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들개로 변한 유기견이 시골 주민을 위협하거나 농작물 등에 피해를 입혀 포획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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