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끼리 코로나를 옮겨서 피해 줄 수는 없으니 마스크를 최대한 쓰려고 하는데 너무 더워서 못 쓰겠다 싶을 때도 많아요.”
1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만난 근로자 장모 씨(54)는 마스크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장 씨 등 5, 6명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땅을 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시각 마포구의 체감온도는 33.5도(실제 기온 32.4도). 근로자들은 안전모에 두꺼운 작업용 조끼와 팔 토시 등을 착용한 채 자재를 나르고 땅을 팠다. 장 씨는 공사 장비를 챙겨 들며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소금 성분이 들어있는 알약을 먹으면서 버티죠. 땀을 많이 흘리니까.”
○ “폭염에 마스크까지…숨 턱턱 막혀”
서울 등 수도권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시민들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를 써야 해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주차장 앞에서 방문객 안내를 하는 직원들은 흰색 긴팔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오가는 차들을 향해 연신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햇볕으로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업무에 열중했다. 차량이 잠시 끊기면 틈틈이 마스크 밖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손으로 훔쳐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유모 씨(27)는 “오후 1시쯤 잠시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어 15분 정도 걸어서 이동했는데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며 “다음 주부터는 더 더워진다고 해 휴대용 선풍기를 주문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29)는 이날 오후 2시경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택시를 잡았다. 김 씨는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도 땀이 쏟아져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며 잠시 쉬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인근에서는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 있었다. 노인들은 한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손수건을 쥔 다른 손으로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고령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로 활용되는 서울 시내 경로당이 최근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로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더위 취약 계층인 노년층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유모 씨(79)는 “며칠 전에 복지관에 확진자가 나와 폐쇄돼 이젠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나는 7월에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쳤는데 접종자에 한해서라도 경로당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폐지를 줍던 이모 씨(73)는 “오후 3시쯤 열이 너무 올라서 그늘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나왔다. 안 그래도 더운데 마스크까지 쓰니까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고 했다.
○ 부산, 인천서 온열질환 잇따라
엿새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부산에선 온열질환으로 인한 구급 신고가 잇따랐다. 1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30분경 기장군 철마면 논에서 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후 3시 40분경에는 해운대구 장산을 등산하던 60대 남성이 억새밭에 쓰러져 소방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14일 인천 강화군에서는 밭일을 하던 A 씨(81)가 “기운이 없다”며 인근 비닐하우스로 이동한 뒤 쓰러졌다. 119 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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