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m 농수로에 빠져 발버둥 치는 고라니 잇따라 목격
야생동물 위해 콘크리트 농수로 탈출구 마련 시급
콘크리트 농수로 장벽이 야생동물의 헤어나지 못하는 죽음의 늪이 되고 있다.
최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린 장마 전선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강한 소낙비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8년째 새벽 산책에 나서는 경남 창원시 동읍 용전마을 주민 심재익(56)씨는 지난 5일 마을앞 농로를 지나던 중 수로에 빠진 어린 고라니를 발견,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처음 발견한 농수로에 빠진 어린 고라니는 높이 1m도 채 안되는 야트막한 콘크리트 농수로 벽을 뛰어 오르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한참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그가 고라니 탈출을 도와 주려고 농수로에 뛰어들자 고라니는 놀라서 도로 밑 수로안으로 숨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 온 그는 고라니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이튿날 다시 그 농수로에 갔을때는 어린 고라니가 보이지 않았다. 심씨는 이후 매일 새벽 그 길을 지나치면서 어린 고라니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해 마음이 쓰였다. 최근 며칠동안 제법 많은 장맛비가 내려 어린 고라니의 상황이 더욱 궁금했다.
그러던 중 심씨는 지난 10일 오전 6시께 그 농수로에서 어린 고라니를 다시 발견했다. 1주일 가까이 지나면서 어린 고라니는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았다. 좀 도와달라고 애원하듯 애처로워 보였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어린 고라니를 구해 주기로 했다.
우선 어린 고라니가 도로밑 수로안으로 숨어들지 못하도록 합판으로 수로 입구를 막은 후 조심스럽게 농수로에 내려갔다. 고라니는 피하지 않았다. 피할 기력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고라니를 안았다. 기진맥진한 어린 고라니는 아이처럼 안겼다.
그는 고라니를 안고 간신히 농수로를 올라와서 100m쯤 떨어진 마을 인근 야산 입구까지 가서 숲으로 돌려 보냈다. 혹시 모를 들개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심 씨는 “어린 고라니가 숲으로 돌아가기 전 한참 동안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짠하다”고 했다.
그가 무릎을 다친 사실은 고라니가 숲으로 돌아간뒤 자신도 발걸음을 돌려 첫발을 내닫을 때 알았다. 콘크리트 둑을 오르던 중 수로에서 물이끼에 미끄러지면서 고라니가 다치지 않도록 하려다가 무릎에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그는 “4 바늘을 꿰맸지만 아픈 것보다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심 씨는 “사람들이 편하려고 만든 콘크리트 농수로가 야생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며 “콘크리트 농수로 일정 구간마다 탈출로를 만드는 등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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