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도움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해볼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4차 유행 상황에서 자가검사키트가 숨은 감염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자가검사키트를 적극 활용하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가검사키트 사용의 가장 큰 우려는 양성인 환자를 양성으로 검사해내는 능력, 즉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민감도가 떨어지면 실제로는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음성 판정이 나오는 ‘위음성(가짜 음성)’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3개 회사에서 만든 자가검사키트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각 회사는 자사 제품의 민감도가 90%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 10명을 검사하면, 9명을 ‘양성’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민감도가 과대 측정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법상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기준은 의약품 임상보다 낮고,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임상 데이터만 취사 선택해 자료를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초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한 진단검사 키트 제품의 민감도가 17.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에선 국민들이 자가검사키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 최근 4차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까지 제기된다.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을 확인한 사람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면죄부’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실제로는 양성인데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으로 확인돼 일상생활을 해서 나중에 증상이 악화하고 나서야 진단검사(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확진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이로 인해서 조용한 전파가 좀 더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자가검사키트의 효용을 주장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증상자들이 자가 검사 키트를 주기적으로 활용하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국 626개(17일 기준) 선별진료소에 매일 줄이 길게 늘어서는 상황에서, 의료 체계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방역당국은 20일 방송제작 현장에서 매번 촬영 전 자가 검사 키트를 활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라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무런 증상이나 접촉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선별진료소에 갔다가 감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 1회 정도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되, 증상이 있다면 (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꼭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가검사키트 2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월 23일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사의 자가 검사 키트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며, 3개월 안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 업체는 23일까지 추가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꼭 활용해야 한다면, 누가 키트를 사 갔고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기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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