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의 강원 원주시 집회가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서도 강행됐다. 집회장 진입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민주노총 노조원과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경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가운데 130여 명은 전부터 이 곳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 중이던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원들이고 나머지가 경찰의 봉쇄를 뚫고 진입한 노조원들로 보고 있다.
이날 경찰은 기동대 22개 중대 등 1600여 명을 투입해 민노총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집회장소인 반곡동 주요 진입로에서 검문 검색이 실시됐고 건보공단 주위는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600명 정도를 차단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집회장 진입을 시도하던 노조원과 경찰의 몸싸움이 있었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건보공단 건물 측면의 수풀이 우거진 40여m 언덕을 올라 집회장으로 진입했다. 노조원들이 무더기로 수풀을 뚫고 오르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이날 99명씩 8곳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집회 장소는 건보공단 앞 등 반곡동 내 7곳과 무실동 이광재 국회의원 사무소 앞 등이다. 그러나 원주시는 지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 확산되자 민노총의 집회를 막기 위해 23일 0시부터 1인 시위만 가능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지만 집회는 4단계를 적용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원주시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집회를 강행했다.
원주시가 거리두기 격상을 결정한 22일은 원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3명 발생해 1일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치운 날이다. 이전까지 1일 최다 발생은 지난해 8월 25일의 17명이었다.
강원경찰청은 “원주시와 경찰의 강력한 집회금지 조치에도 기존 농성장소에서 농성인원을 중심으로 불법집회를 진행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를 보는 원주시민들의 시선은 대부분 싸늘했다. 건보공단 앞에서는 원주혁신도시 상인회가 민주노총의 집회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상인회는 주민 1542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22일 원주시와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한 정희철 상인회 사무국장(51)은 “매장에 손님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상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회원이 350명인데 오늘부터 릴레이로 1인 시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집회는 건보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들의 직접고용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민간기업에 위탁을 주는 형태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센터 노조는 업무 과정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의 개인정보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공단이 직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은 고객센터 노조의 직고용 요구가 공정에 위배되고 역차별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건보공단 앞 회전교차로에는 건보공단 직원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수막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입사하였습니다. 노력으로 이룬 자,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전국민에 열린 일자리 기회, 공정의 시작입니다’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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