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월호 기억공간’ 정리 시도…유족 반발에 철수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2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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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후 4시께 물품 정리하는 작업 착수
철거 막으려는 세월호 단체 활동가·유족 제지
1시간30분 만에 철수…이견 커, 충돌 가능성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추진 중인 서울시가 23일 공간 내 물품 등을 옮기는 사전작업에 착수했다가 세월호 유족 등의 제지로 철수했다.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서울시 총무과 과장과 주무관 등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사진과 물품을 가져가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세월호 관련 단체 활동가와 유족 등은 기억공간을 찾아 서울시 관계자들이 물품 등을 가져가는 것을 제지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세월호 단체 측 인사들과 협의를 진행했고, 결국 이 관계자들은 오후 5시30분께 가져왔던 박스 등을 챙겨 돌아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4시께 광화문광장을 찾아, 서울시와 세월호 관계자들 대화에 참여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이회 집행위원장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돌아간 후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이런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이거는 서울시에서 세월호 지우기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때문에 마련됐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지켜야 할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세월호 단체가 기억공간과 관련해 나눴던 대화도 전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광화문 지상에는 어떤 시설물이나 구조물 두지 않지만, 지하철 해치마당 등 지하 공간에 시민의 역사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표현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거기에 세월호 참사도 한 꼭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구상을 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뉴시스와 만난 박 의원은 “가족분들이 이걸 유지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게 아닌데, (서울시가) 막무가내로 한다”며 “(유족들은) 이 공간이 시민과 함께 만들었던 공간인 만큼 책임감도 있을 것인데, 그걸 배려해달라고 얘기하는데 전혀 안 된다고만 하니”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기로 예정하고 있어, 이르면 주말 사이에도 물품 등을 옮기는 사전작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유족들은 서울시 이런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유족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1인 기자회견 형식으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항의하기도 했다.

여기서 유족들은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그대로 두고, 오세훈 시장은 세월호 가족들 및 시민을 만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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