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단로 90 e러닝 콘텐츠 개발 전문회사인 CICSOFT㈜. 뿌리산업단지 내 5000m²에 자리 잡은 이 회사는 최신식 건물과 잘 꾸며진 정원, 엄격한 출입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2층 강정현 대표이사(51) 사무실로 들어가기까지 몇 단계의 보안검사를 거쳐야 했다.
임원들과 전략회의를 마친 강 대표는 “곧 나이지리아와 화상회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관으로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교육 분야와 관련한 협의다. 다음 달 30일엔 역시 ODA 사업의 사후관리 교육을 위해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장을 간다.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의 교육프로그램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강 대표와 직원 100여 명은 1년 365일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2016년 창업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0억 원. 올해는 진주 신사옥 준공과 함께 100억 원 돌파가 목표다. 강 대표는 “재료비 투입이 없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제조업의 1000억 원대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국내외 전자책 사업이 순항하면 2025년엔 5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러닝 분야 선두주자인 이 회사 직원 가운데 60명은 진주 본사에 있고 40명은 서울지사와 스튜디오, 그리고 광주지사에서 일한다. 외국인도 5명이다. 대부분 연구 인력. 해외 수출을 위해 보유한 전자책 저작 도구인 ‘나모오서(Namo Author)’를 현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모오서는 전자책(e-book) 제작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에서 제정한 디지털콘텐츠 표준 포맷인 이펍(ePUB) 3.0을 적용했다. 세계 최초로 출시한 나모오서는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안병혁 기술연구소장은 “나모오서는 음성, 영상, 텍스트 등을 시·공간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개인출판 시대를 여는 혁신적 도구다. 기존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하다”고 자랑했다.
올 하반기에 선보일 ‘아라북’은 이펍 3.0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플랫폼. 전자책 출판과 유통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라북은 종이책 출판 없이 전자책을 바로 출판할 길을 열었다. 독자에게는 저렴한 책을 공급할 수 있고, 작가에게는 다양한 출판 기회를 제공한다. 강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이 목표여서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회사 입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론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색한 지원 정책, 제조업 위주의 지원 마인드, 인력 수급 등에 걸림돌이 많았던 것. 열심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용할 것이라 여겼지만 아니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달리 국산 소프트웨어는 평가절하한다는 것. 그는 이를 ‘디지털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종이 소비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삼림 훼손과 무관하지 않다. CICSOFT는 전자책을 통해 종이 소비와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경상국립대에서 정대율 교수 지도로 경영정보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교수는 연구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인쇄는 활자 시대에서 전자책 시대로 바뀌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쇄기술을 개발한 한국이지만 인쇄기술 상당 부분은 일본에서 들어왔고, 그 잔재도 많다고 한다. 강 대표는 “전자책만큼은 일본을 압도한다는 생각으로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했고 성공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가치 실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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