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경상북도 안동의 고향집에서 제가 직접 본 광경입니다. 구렁이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처마 밑으로 슬금슬금 올라갑니다. 목표는 갓 태어난 제비 새끼들. 눈 깜짝할 사이 구렁이와 제비둥지는 손가락 한 뼘 정도 거리로 좁혀집니다. 화들짝 놀란 어미 제비는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며 구렁이에게 날아가 저항을 해 봅니다. 하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농가 주인이 긴 막대를 이용해 구렁이를 걷어내면서 상황은 종료됩니다. 오늘 아침 다시 둥지를 찾아가보니 새끼 제비들은 안전하게 어미의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습니다.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은 강남 갔던 제비가 옛 집을 찾아오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비는 꼭 사람이 사는 집으로 찾아듭니다. 왜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둥지를 짓지 않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이 사는 집은 새끼를 낳고 기르는데 최적의 장소입니다. 어미 제비는 천적이 나타나면 날아서 도망갈 수 있지만 둥지에 있는 새끼는 저항할 수도 다른 대책도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에는 제비의 천적인 동물의 접근이 비교적 어렵고 쥐나 구렁이 등을 보면 쫓아주거나 막아줍니다. 천적과 마주치기 어려운 환경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처마 밑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보통 동물에게 사람은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제비는 그것을 거꾸로 이용하며 삽니다. 사람의 간접 보호를 받습니다.
제비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해충을 잡아먹습니다. 사람에게 도움을 줍니다. ‘박씨’는 물고오지 않더라도 내년 봄에도 다시 돌아와 둥지를 짓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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