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광화문 기억공간’ 27일 자진 철거…시의회로 이전

26일 저녁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반대 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2021.7.26/뉴스1 © News1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반대 농성을 벌여 온 유족 측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자진해 이전한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6일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협의회 임원 회의를 마친 뒤 뉴스1과 만나 “광화문 기억공간 철거를 전제로 내일(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광장 공사를 위한 철거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용을 하고, 거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서울시의회에서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시의회가 대안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기에 대승적으로 같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기자회견 직후 서울시의회 내부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소지품을 옮길 예정이다. 임시공간은 서울시의회 로비와 담벼락에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공간 마련은 그동안 유족 측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마련한 중재안이다. 유족 측은 요구사항이 충족된 만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최종 합의할 때까지 임시장소에서 기억공간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도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작지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옮기기로 한 것”이라며 “임시공간은 협의회가 운영하게 된다”며 고 말했다.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세월호 기억공간 쪽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앞서 유족 측과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나흘째 기억공간 철수를 놓고 대치를 벌여 왔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26일 총 3차례에 걸쳐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았다. 앞선 2차례 방문에서는 유족 측과 면담에 실패했으나, 3차 방문에서 20분 가까이 면담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이후 유족 측의 유예요청에 따라 27일 오전까지 철거를 일시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26일을 철거 데드라인으로 못박은 서울시는 지난 23일 유족 측과 1시간20분여 대치 끝에 철수했고, 24일과 25일 각각 2차례 방문했으나 빈손으로 돌아갔다.

기억공간 주변에는 이날도 유족 측을 지지하는 시민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몰려들며 마찰을 빚었다. 광화문역 지하철 역사 출구 인근에서는 일부 유튜버들과 시민, 경찰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면담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예정된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2021.7.26/뉴스1 © News1

이날 오후 5시30분쯤에는 보수 유튜브 채널 ‘우파삼촌’ 관계자가 모는 트럭이 세월호 기억공간 뒤편 차량 도로를 점령해 소란이 일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의 견인경고와 설득 끝에 20여분 뒤 자체 철수했다.

정치권의 발걸음은 저녁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오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남국·정청래·이수진 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방문한 데 이어 김영배·윤건영·박주민·이탄희 민주당 의원, 정은영 시의원 등이 방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