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해도 임금 지급하라?”…르노삼성차, 교섭서 ‘무노동·무임금’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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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28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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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뉴스1 © News1
르노삼성 부산공장. /뉴스1 © News1
1년 넘게 끌어온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답을 못 찾고 있다.

사측의 일시금 800만원이라는 깜짝 제시에도, 노조가 파업 시간 임금 손실 보상을 요구하면서 몽니를 부리고 있어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임단협 마무리의 걸림돌이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 26일 사측이 일시금 800만원을 제시하면서 교섭이 진전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회사안(일시금 총 500만원)에 기본급 동결 보상 격려금 200만원, 생산 안전성 확보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일시금 300만원을 추가하는 새로운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노조집행부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이라는 최초안을 고집하면서도 기본급 인상이 어렵다면 파업 시간 임금 손실분에 대한 보상 또는 생산직 시급 기초와 연동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마지막 교섭에서 파업 기간 무노동에 대한 임금 보전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셈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임금협상 기간 중 205시간의 파업이 이뤄졌다. 기존 노조 집행부의 연 평균 파업 시간이 18시간이었고, 2015년~2017년 무분규였던 점을 고려하면 파업 시간이 크게 늘었다. 특히 현재 노조 집행부 출범 후 파업이 이전보다 15배나 급증했으며, 올해도 5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현 집행부 출범 후 파업으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노조는 파업 참여율 25%에 불과한 상황에서 참여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노조발전기금 형태 등으로 보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하는 모습.  /뉴스1 © News1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하는 모습. /뉴스1 © News1
다만 노조 요구와 달리 파업 손실금에 대한 노조원의 온도 차는 다르다. 파업 참여율이 25%에 불과하고, 파업 기간 XM3 유럽 수출 준비로 근무를 한 노조원들은 임금 보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노조원은 “현 노조집행부의 전략 없는 강경 투쟁 노선과 장기 파업 이후 파업 손실분에 대한 대응 방안 부재는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1년 이상 지속된 협상을 마무리하고 모처럼 XM3 유럽 수출 물량 증대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휴가 전 협상 타결에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도 협상 전부터 법이 정한 무노동 무임금은 강력히 지키겠다고 강조해왔다. 사실상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교섭이 길어지고 파업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수출물량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생산차질은 신차 배정 등에서 강력한 부정적 요소다. 더욱이 르노그룹의 유럽공장들은 부산공장 수출물량을 견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비슷한 차량인 캡쳐를 생산하고 있는 스페인 공장은 XM3의 이전 생산이 가능한 플랫폼과 추가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겠지만 3, 4년 뒤 XM3 후속 모델은 자칫하다가는 뺏길 수도 있다.

부산 공장 생산 물량의 반 이상이 되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부산공장 판매 및 가동율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부산공장 일자리 감소와도 직결된다. 르노삼성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5%가 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부산공장의 생존을 위해서는 내수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단협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향후 미래 생산 물량 확보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XM3 수출을 기회로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장기적으로 노조와 사측 모두에게 독(毒)이 될 것”이라며 “임단협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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