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세미나 왔다” 진술 바꾼 친구…위증죄 될까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29일 09시 06분


당시 세미나 영상속 여학생 신원 쟁점
조국 딸 친구, SNS 글에 "세미나 참석"
법조계 "위증죄 처벌될 가능성은 낮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동창이 “조 전 장관 딸은 사형제도 세미나에 분명 참석했다”며 기존 증언을 뒤집는 취지의 진술을 해 법정 위증을 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위증죄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딸의 한영외고 동창 장모씨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업무방해 등 혐의 1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법정에서 “세미나장에서 본 기억은 없지만, 영상 속 여학생은 딸 조모씨가 맞는 것 같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전 장관 딸 조씨는 사형제도 세미나에 분명히 참석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딸의 세미나 참석과 관련해 법정 증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이다.

조 전 장관 딸의 세미나 참석 여부는 조 전 장관 부부의 1심 재판은 물론 정 교수가 홀로 받는 2심 재판에서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허위 인턴십 확인서 사건과 관련된 주된 쟁점 중 하나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공모해 2009년 5월1~15일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음에도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 서울대 의전원 지원 당시 제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인턴십 확인서에는 2009년 5월15일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를 딸 조씨가 준비하며 인턴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측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세미나 동영상을 제시하며 영상 속에서 나오는 여학생이 딸 조씨이므로 실제 인턴십을 한 것이기 때문에 허위 확인서를 발급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장씨는 정 교수의 1심 재판 당시에는 ‘딸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고, 해당 영상 속 여학생도 한영외고 교복과 옷차림이 다르고 딸 조씨 얼굴과도 다르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장씨 등이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서 법정 진술을 신빙한 채 “다른 사람이고, 영상 어디에도 딸 조씨의 모습은 볼 수 없다”며 허위 인턴십 확인서가 맞다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최근 장씨가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다소 배치되는 진술을 하며 위증죄 논란이 일고 있다.

형법 제152조 1항 위증죄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위증죄 성립의 핵심 쟁점은 ‘허위 진술’ 여부다. 만약 증인이 선서 후에도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한 경우 위증죄가 성립한다.

장씨가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딸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기억하면서도 이에 반해 ‘딸 조씨는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경우라면 위증죄 처벌 가능성이 있다.

또 장씨가 상대를 해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한 경우에는 ‘모해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152조 2항 모해위증죄는 ‘형사사건 등에 관해 피고인 등을 모해할 목적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장씨는 SNS 글에서 “제 증오심과 적개심, 인터넷으로 세뇌된 삐뚤어진 마음, 즉 우리 가족이 너희를 도와줬는데 오히려 너희들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이 보복적이고 경솔한 진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위증죄는 사실과 다르더라도 자신의 기억 그대로 진술한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 딸 조씨의 참석 여부와는 별개로 장씨가 정 교수의 1심 재판 당시에는 자신의 기억 그대로 증언한 경우라면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잘못된 기억이라도 자신의 기억과 일치하게 증언한 경우에는 위증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장씨의 최근 증언과 SNS 글을 볼때 위증죄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우선 장씨가 기존 증언을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지만, 딸 조씨를 세미나에서 만나거나 본 적 없다는 진술은 변함이 없다. 다만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이 딸 조씨가 맞는 것 같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진술을 변경한 것이다.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의 신원 판단은 사실보다는 의견이고, 장씨는 ‘영상 속 여학생은 딸 조씨가 맞다’고 변경된 생각을 토대로 참석 여부를 추론한 것이어서 장씨의 정 교수 1심 당시 증언을 허위 진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위증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은 장씨 진술에서 사실 여부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가 ‘사진을 보니 딸 조씨가 맞는 것 같아 세미나에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이지 진술이 크게 번복된 건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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