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감염병병상 전담인력, 보건소와 역학조사관 등 현장 방역 인력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누적된 피로에다 4차 유행까지 닥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의료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매 유행때 마다 인력의 힘을 빌리고 있다. 땜방식 임시 조치론 극복할 수 없고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 일평균 국내 발생자는 1469명으로 23일째 10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선별진료소에는 연일 검사자들로 넘치고, 역학조사에 백신 이상반응 접수까지 각종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소 인력들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코호트 격리 업무를 하던 부산의 간호직 공무원은 업무전환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그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게 보건소 현장 직원들의 말이며 실질적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1, 2시간만 입고 있어도 땀에 젖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해야 하는 선별진료소와 감염병전담병원 인력들은 체력 부담은 물론 일부 검사자들과 환자의 ‘갑질’로 정신적 스트레스도 겪고 있다.
확진자 동선 파악, 접촉자 분류를 맡은 역학조사관들 역시 ‘번아웃(탈진상태)’ 상태다. 지난 6월 기준 전국에서 활동하는 역학 조사관은 456명인데, 이들은 하루 1000명을 훌쩍 넘는 확진자와 접촉자의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이 인력으로는 이미 일상 공간을 통한 코로나19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중고를 겪는다. 방역과 예방접종,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인력이 두 업무에 집중하니 굉장히 많은 업무 부담을 안고 있다. 확진자 발생이 많은 지자체는 접촉자 파악과 격리 업무가 늘고 있다”며 “행정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국민 여러분이 담당자들에 격려해달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장 인력을 추가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수도권 확산세에 역학조사 역량이 모자라자 이달 중순부터 군과 경찰, 공무원 250여 명을 투입했고 서울시 임시선별진료소 확대에 따라 군 인력도 추가 투입했다.
배경택 방대본 상황촐관단장은 최근 “확진자 발생 추이라든가 지자체의 대응 상황을 고려해서 관련 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해 인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행이 얼마나, 어떻게 길어질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K-방역’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인력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치료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의료인력도 많고, 숙련된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침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단체장들은 지난 26일 충북 청주 베스티안 병원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 대처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를 위해 ‘특별유급 안전 휴가제’를 제안했다.
신경림 회장은 이날 “코로나19 장기화와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간호사들은 탈진되고 지쳐가고 있다. 간호사의 신체적 안전과 정신건강 안전을 위해 8월 특별유급 안전 휴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 회장은 “4차 유행과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환자가 폭증하면서 다시 파견 간호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매번 땜방식 임시 조치로는 코로나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간호사의 법적 정원 준수와 함께 안전수당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 지역보건법에 명시된 간호사 정원을 준수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4차 유행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힘들겠지만 의료인력 지원과 협조를 요청드린다“며 ”국민들이 방역강화 조치로 생계와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모든 역량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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