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203만명 ‘나머지 공부’…“진단 없는 깜깜이 처방”

  • 뉴스1
  • 입력 2021년 7월 29일 15시 07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오른쪽)과 수도권 교육감들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 발표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1.7.29/뉴스1 © News1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맨 오른쪽)과 수도권 교육감들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 발표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1.7.29/뉴스1 © News1
교육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한 학습 결손과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까지 초·중·고등학생 203만명에게 정규수업 외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진단 없는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2학기부터 내년까지 교육부 예산 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교육회복 종합방안은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Δ방과후나 방학 기간 교사의 도움을 받아 교과수업을 집중 보충하는 ‘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Δ교·사대학생이나 지역 강사를 활용한 ‘튜터링 프로그램’ Δ수석교사 등이 고등학생을 일대일 지원하는 ‘학습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총 203만명의 학습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국에서 34만~7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 3~6배에 해당하는 학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 2학기에는 전체 초·중·고등학생 534만명 가운데 13.1%에 해당하는 70만명이, 내년 1·2학기에는 전체의 24.9%에 해당하는 133만명이 학습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늘린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전체 학생의 학습 수준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학력 진단은 여전히 교육청·학교·교사별로 들쭉날쭉하게 시행하는 내용에 머물러 있다”며 “이래서는 깜깜이 학력을 벗어날 수 없고 신뢰할 학력 데이터가 없어 방과후 교과보충이나 가정과 연계한 협력 학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 보장은 학생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모든 학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일관적인 학력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회복 종합방안에는 지역이나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학생의 학습 수준을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학습 지원 대상도 교사가 추천하거나 스스로 희망하는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어 객관적인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보장 책임을 명시한 ‘기초학력보장법안’은 1년 넘께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은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8차례 상정됐으나 모두 통과가 불발됐다.

교총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좋은교사운동 등이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대 교원단체 가운데 한 곳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일제고사 부활’ 등을 우려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매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전체의 약 3%를 표집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학업 수준을 확인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보충 지원 대상을 특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담임·교과교사가 학생의 성적과 심리·정서적 변화를 토대로 보충이 필요한 학생을 추천하거나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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