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더위를 피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노인들이 출국장 4층 정자에 누워 ‘공항피서’를 즐기고 있다.
8월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가 4단계까지 강화됐지만 ‘집콕’과 ‘방콕’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도심을 떠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코캉스(코로나+바캉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1청사 출국장 4층 식당가에는 ‘비선루’라는 이름의 정자가 있습니다. 통유리창 너머로 주기장을 오가는 비행기를 가까이 볼 수 있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전망 명당입니다.
지난달 29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정자에 모여 쉬고 있는 노인들.
한 노부부가 정자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반주로 곁들인 소주.
2일 인천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이곳을 찾은 한 노부부는 가방에서 준비해 온 음료와 간식거리를 꺼내며 “몇 년 전부터 여름이면 공항에 와서 쉬다 가곤 하는데 올해는 비행기가 별로 안 다녀 심심하다”며 “그래도 시원해서 자주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항 터미널의 실내 온도는 24도~26도를 유지하고 있어 습도 높은 바깥 날씨와 달리 꽤나 쾌적합니다.
인천공항이 폭염을 피해 ‘공캉스(공항+바캉스)’를 보내려는 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 이용객을 위해 마련된 ‘비선루’는 노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은 경로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공항 식당은 이용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등에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노인들이 간단한 음료와 먹을거리를 싸와 공짜 나들이를 즐기는 것이지요.
점심 식사 후 벤치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
벤치와 정자에는 최소한의 거리두기을 알리는 스티커 조차 붙어 있지 않다.
다만 인천국제공항은 해외입국자와 접촉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장소입니다. 때문에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노인들의 행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촉각을 세우고 있고, 백신을 맞았다 하더라도 면역을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후 전국 대부분의 공원이나 공공장소의 벤치는 사람이 장시간 머물지 못 하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져 있지만 인천공항 ‘비선루’에는 최소한의 거리두기 스티커조차 붙어 있지 않습니다. 노인들은 코로나 사각지대인지 안전지대인지 모를 장소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