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했다며 학내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정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유족과 청소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고인과 유족,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대학에서는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쓰고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세정 총장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는데 조금 더 넓게 근로자의 인권도 고려하겠다”며 “전체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하겠으며 하루, 이틀로 끝내는 게 아니라 전체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남편이자 서울대 시설노동자인 이모씨는 “이 간담회가 소나기를 잠시 피해가길 바라는 자리가 아니길 바란다”며 “학교의 판단이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저희 가정이 거짓말을 하거나 우격다짐으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불쌍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을텐데 미뤄지는 바람에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직원 중 1명이 전화해 조의금 돌려달라고 해 하늘이 깜깜해져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제가 싫다고 했다”며 “정부가 갑질 부분에 대해 조사해 더 이상의 2차 가해는 없겠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와 같이 일한 근로자들이 용기 내 증언했는데 그 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년 때까지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고 학교가 그들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 “마음이 좀 그렇다”며 그동안 서울대 측 대응에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오 총장은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인정 뿐 아니라 근로자들을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갑질이나 어려움을 당했다면 노조 인권센터에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과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연서명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지난달 10일부터 전날까지 진행한 연서명에는 8305명의 시민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법률·노동·교수·시민단체·진보정당 등 312곳이 참여했다. 이 서명은 오 총장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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