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게 하는 생명산업이다. 고대부터 국가의 유지에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으로 인류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지만, 농업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가의 더욱 중요한 기반산업이 됐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1970년대가 격변기였다. 통일벼 중심의 생산성 증가는 세계의 농업이 주목한 사건이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농업 분야에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지만 대가도 요구했다. 탄소의 과도 사용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했고 농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충남도농업기술원은 식량안보와 탄소중립, 둘 모두를 위한 균형 있는 정책 추진과 기술개발 및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쌀’이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이 1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지난해 품종 등록을 마친 ‘빠르미’는 대한민국 벼 품종 육성 역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가장 빨리 수확할 수 있고, 한 해 두 번 재배할 수 있는 최초의 품종이다. 이르면 7월 하순에 수확해 햅쌀 시장에 맨 먼저 얼굴을 내민다. 8월 초에 다시 이앙하면 11월 초에 한 번 더 수확할 수 있다. 재배기간은 80∼90일로 충남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삼광벼(130일) 보다 30% 이상 짧다. 재배 기간이 짧으니 탄소가 저감되고 물과 재배 비용도 대폭 절약된다. 수확 시기가 태풍 이전이어서 식량생산의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다.
세계농업기구는 1996년 식량안보를 ‘모든 국민이 건강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하고 안정적이며 영양소가 있는 식품에 접근 가능한 상태’로 정의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다른 작물 분야도 식량안보 수준에 이르도록 하고 있는데 딸기 품종개발이 좋은 사례다. 국내 딸기 재배품종의 85% 이상을 점유한 ‘설향’은 충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가 빚어낸 명작이다. 설향 개발로 국가적으로 ‘딸기 품종 독립’을 이뤘고 농가는 로열티 걱정을 덜었다. 국민은 최고의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딸기연구소 외에 7곳의 지역특화작목연구소들이 인삼약초, 과채, 화훼, 양념채소, 구기자, 산업곤충, 종자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농업에는 우수한 후계농이 필요하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이를 위해 전국 농업기술원 가운데 최초로 청년농업인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사업의 출발은 충남도농업기술원이 2017년 시범 도입한 청년창농안정지원 사업이었다.
충분하고 안전하며 영양 높은 먹거리 창출, 지구를 맑고 푸르게 유지하는 환경친화적 농법 개발, 청년 웃음소리 가득한 농업환경 조성 같은 국민 행복의 과제 추진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정책 당국자와 농업기술 연구자들, 하우스와 들녘의 농업인들, 도시의 소비자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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