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前특검, 10시간반 경찰조사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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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에 포르셰 받은 혐의, 제3장소 조사 요구했다 거부당해
경찰, 청탁금지법 위반 7명 조사 마쳐… 박 前특검측 “법 적용대상 아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3·수감 중)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7일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69)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8일 특검직에서 사퇴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8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7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10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고 오후 6시 반경 귀가했다. 박 전 특검은 경찰 측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기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특혜 시비를 우려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소명했다”면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여부에 대한 법리 해석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므로 타당한 법 해석에 대한 분명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은 그동안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 씨로부터 ‘포르셰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고 3개월 뒤 렌트 비용 250만 원을 김 씨의 변호사를 통해 김 씨 측에 현금으로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고, 그 이하의 금품인 경우에는 가액 기준 2∼5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 전 특검 출석으로 가짜 수산업자의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7명이 모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입건된 7명은 일부를 제외하면 경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다. 하지만 김 씨로부터 받은 금품은 청탁금지법상 형사 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측 직원들이 김 씨와 함께 ‘3인방’으로 불렀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의 경우 제공받은 물품의 총 가액이 각각 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 전 논설위원의 경우 “중고 골프채를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해 7월경 김 씨가 이 전 위원에게 새 골프채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우디와 K7 차량 등을 제공받은 엄 앵커는 “사회를 봐준 용역의 대가로 차량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8일 김 씨로부터 고급 수입 시계와 차량 등을 제공받은 A 검사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A 검사는 박 전 특검의 소개로 김 씨를 만났으며, 경찰은 김 씨가 구입한 400만 원대 시계가 A 검사에게 건너갔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검사는 수산물 외에는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에게 대게 등 수산물, 몽블랑 벨트 등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B 총경의 경우 수산물의 가액 산정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 측이 약 70만 원에 수산물을 구입해 B 총경에게 전달했는데, 판매자가 실제로는 100만 원이 넘는 제품이라고 경찰에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별할인을 받아 구매한 금품은 시가(市價)로 가액을 책정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경찰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씨에 대한 조사를 이달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박영수#경찰조사#가짜수산업자#청탁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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