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무증상-경증서 급속 악화돼 병실로
6월말 67명→지난달말 196명 급증… 수도권 상황실 ‘긴급 이송’ 요청 쇄도
“촌각 다투는 환자 세기 어려울 정도”, 환자 갈수록 늘어 병상 부족 우려도
부산-김해지역 요양병원 집단 감염… 48명 중 42명-14명 중 11명 돌파감염
“선생님! A 환자 바이털(체온 맥박 등 활력 수치) 왔어요. 이분 중환자실 가셔야 해요.”
5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이도영 간호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옆에 있던 동료 한 명이 “B병원에 연락해 볼게요”라고 답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가벼운 증세를 보이던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중환자 병상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 쏟아지는 ‘긴급 이송’ 요청
상황실 근무자 40여 명은 4차 유행 이후 하루 약 1000명씩 쏟아지는 수도권 코로나19 환자들을 전화로 문진한다. 이후 증상에 따라 병상을 배정한다. 이날 근무자 모니터마다 병원 및 보건소 관계자들과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대화창이 20∼30개씩 열려 있었다. ‘C 환자, 1990년생, 종로구, 가슴 답답’이라는 메시지가 뜨자 담당 근무자는 곧바로 자택에 있는 환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급 상황인지 판단해 119구급대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4일 확진 통보를 받고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70대 남성이 그런 경우였다. 오후 4시 40분경 환자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고 호소했다. 담당자는 근처 119안전센터에 출동을 요청하고 가까운 병원의 병상이 있는지 문의했다. 상황실 최혁준 공중보건의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몇 명인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병상은 아직 30∼40% 여력이 있으나 환자 증가에 따라 가용 병상이 줄어들고 있다”며 “유행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되면 적절한 의료 제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무증상·경증도 안심 못 해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사람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다. 만약 상태가 나빠지면 의료기관으로 옮겨진다. 전담병상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거나 상태가 더 악화하면 위중증 환자로 분류돼 산소마스크를 쓰거나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를 받게 된다. 이렇게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는 ‘전원(轉院) 환자’ 수가 7월 마지막 주에 하루 평균 196명으로 6월 마지막 주(하루 평균 67명)보다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환자 상태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인도발 ‘델타 변이’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0시 기준 델타 변이 확진자 4912명 가운데 위중증 환자가 151명으로 위중증 비율이 3.1%였다. 이는 같은 날 전체 확진자 중 위중증 비율(1.4%)의 2배가 넘는다. 수도권의 한 감염병 전담병원 의사는 “중환자 병상 여유가 40%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건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도권 (병상) 상황이 심상찮다. 3차 유행 때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아우성이었던 악몽의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고 우려했다.
○ 돌파감염 속출…델타 변이 가능성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확진자 48명 중 42명이 돌파감염자였다. 경남 김해시 요양병원 역시 최근 확진자 14명 중 11명이 돌파감염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2주 동안 발생한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27.1%에 달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우리는 더욱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변이 바이러스는 사망과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백신 효과마저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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