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가 8월 한국에 보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절반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백신접종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1차 접종에서 모더나, 화이자를 맞은 사람들은 2차 접종이 일괄 연기된다. 모더나가 하반기(7~12월) 국내 접종의 주축 백신인 만큼 계획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11월 집단면역 목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공급 불안 장기화 우려
정부는 모더나 공급 축소에도 접종 예약을 완료한 사람의 1차 접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50대는 28일까지, 18~49세 우선접종 대상자는 다음달 11일까지 예정대로 접종한다.
모더나 백신은 9일 현재 총 계약 물량(4000만 회분)의 6.1%인 245만5000회분만 국내에 들어왔다. 남은 분량이 162만 회분 정도다. 8월 모더나 백신이 절반 줄어든 최대 425만 회분 공급되면 약 587만 회분을 확보할 수 있다. 추후 공급만 이뤄지면 비수도권 50대 등 모더나 백신 접종 예정자의 1차 접종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더나 공급이 또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조차 “모더나가 8월 물량의 절반 이하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40%가 올지 그보다 더 적은 양이 올지 알 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면 9일 접종 예약을 시작한 40대 이하 접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아직 18~49세 일반인이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 접종 간격 늘리기도 논란
정부는 백신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2주 더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접종 간격이 3주에서 4주로 한 차례 늘어난 이들 백신은 이번에 6주까지 늘어났다. 대상자 수는 2453만 명에 달한다. 다만 고3 학생 등 대입 수험생과 고교 교직원 72만 명은 기존 4주 간격을 유지해 접종한다.
이는 2차 접종 시기를 늦춰 남는 백신으로 1차 접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국은 백신 접종 간격을 일괄 8주, 독일은 모더나의 경우 4~6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는 6주 간격으로 접종했을 때의 유효성을 검증한 연구가 없다”며 “2차 접종이 늦춰지면 델타 변이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공급 차질에도 “집단면역 이룰 것”
백신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날 집단면역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전 3600만 명 접종이 목표”라며 “백신 접종 인원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집단 면역 3600만 명 접종은 1차 백신 접종을 기준으로 삼는다. 9일 현재 국내 1차 접종자는 2093만 명을 넘어 접종률 40%를 넘었다. 추석인 다음달 21일까지 약 1507만 명이 추가 접종해야 3600만 명 접종을 달성할 수 있다.
방역 당국 안팎에서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8월 공급 목표(1120만 회분)가 제때 들어오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차 접종 인원 늘리기에 ‘다걸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고위험군인 50대의 2차 접종을 제때 완료하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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