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접종 간격 4→6주 조정…“백신부족 비상 상황을 공식화한 것”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10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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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차 접종부터 6주 간격…"9월까지 한시적"
"예외 허용한 간격…대부분 정상 간격으로 접종"
"고강도 거리두기 2주 더…델타 변이 감염 우려"
"중증·사망 줄이겠다면 고위험군 접종 완료부터"

접종 당국이 화이자·모더나 등 코로나19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린 가운데, 일각에선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대로 잡은 접종 간격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백신 안전성, 효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늘어난 접종 간격 사이에 변이 바이러스 등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대상자의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이달 2차 접종이 예정된 55~59세 포함 50대 194만7000여명, 사업장 자체접종 18만4000여명, 지자체 자율접종 2회차 41만여명 등의 접종 간격이 6주로 조정된다. 9월에 2차 접종하는 이들도 6주 간격으로 맞게 된다.

이는 모더나사(社)가 생산 문제를 이유로 8월에 공급하려던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 물량만 공급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늦게 통보하면서 급작스럽게 조정된 것이다. 앞서 모더나 7월 공급 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50대 접종에 화이자와 모더나를 병행하게 됐고, 접종 간격은 4주로 일괄 조정된 바 있다.

추진단은 접종 간격을 조정하게 된 근거로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를 들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22일 백신별 접종 간격(화이자 3주, 모더나 4주)을 지키되, 의료기관별 접종 여건, 접종자 개인 사정 등을 고려해 최대 6주까지 2차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독일(최대 6주), 영국(최대 8주), 캐나다(최대 16주), 세계보건기구(WHO, 최대 12주) 등의 접종 간격도 고려했다는 게 추진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외적으로 백신 수급이 부족할 때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허용한 간격을 정상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는 것”이라며 “백신은 부족한데 9월까지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면서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접종 간격을 최대 6주 이상으로 늘린 국가들도 원칙적으로는 백신별 정해진 접종 간격이나 유럽의약품청(EMA) 지침에 따라 2회 접종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6주 간격으로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을 뿐, 미국 내에서는 백신별 접종 간격에 맞게 접종 중이다.

유럽 각국은 올해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논란으로 접종을 중단하면서 부족해진 다른 백신 물량을 다수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부득이하게 접종 간격을 늘린 바 있다. 그러나 EMA는 앞서 유럽 국가들이 임의로 접종 간격을 늘릴 경우 긴급사용승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감염내과 교수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도 원칙적으로 화이자 3주, 모더나 4주 간격을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접종 간격을 늘리기 위해 예외적인 상황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접종 간격 연장이 백신 효과성이나 안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접종 간격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차 접종으로 보호받는 시간이 2주 늘어난 것이다. 델타 변이는 1차 접종만으로는 완전한 보호 효과가 안 나오기 때문에 2차 접종이 필요하다”며 “접종 간격이 2주 늘어나는 건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 2주 더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알파 변이보다 감염력이 1.6배 높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1차 접종자도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는 5~8로, 바이러스 농도가 높고, 배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또 기존 바이러스보다 입원 또는 치명률이 높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연구진에 따르면 1차 접종 후 델타 변이 감염 예방효과는 화이자 56%, 모더나 72%, 아스트라제네카 67%다. 중증 또는 사망 예방 효과는 각각 78%, 96%, 88%로 높았지만, 감염 위험은 여전히 높다.

당국은 우선 1차 접종을 늘려 추후 접종자가 델타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중증 또는 사망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았다면 1차 접종률만 올려도 팬데믹(대유행)이 줄어들었을 것이지만, 백신 효능을 낮추는 델타 변이가 확산할 땐 1차 접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증 및 사망자를 줄이겠다면 1차 접종률을 높일 게 아니라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접종 완료율부터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종 당국은 우선 9월까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간격을 6주로 한시 연장한다. 9월에 1차 접종하는 대상자는 10월 백신 공급 상황에 따라 2차 접종 간격이 단축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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