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에 떠밀려간 초교생 형제…엄마의 마음으로 구조한 주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18시 19분


지난 6일 최숙희 전남 완도경찰서장이 물에 빠진 어린이 2명을 구조한 이한나씨에게 표창장을 전달하고 있다.(완도경찰 제공)
지난 6일 최숙희 전남 완도경찰서장이 물에 빠진 어린이 2명을 구조한 이한나씨에게 표창장을 전달하고 있다.(완도경찰 제공)
4일 오후 6시경 전남 완도군 보길도 중리해수욕장. 이한나 씨(37)는 초등학생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바닷물이 썰물로 바뀌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다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물속에서 어른용 튜브를 타고 놀고 있는 A 군(11) 형제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형제는 조류를 이기지 못하고 먼 바다 쪽으로 떠밀려 갔다. 당황한 형제의 부모도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형제가 탄 튜브는 빠르게 파도에 휩쓸려갔다. 형제는 조류에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힘이 빠져 튜브 밑으로 몸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 씨는 본능적으로 바다로 뛰어들었고 50여 m를 헤엄쳐 형제가 타고 있던 튜브를 간신히 잡았다. 형제는 구명조끼 없이 튜브에 매달려 있었고 탈진한 상태였다. 이 씨는 형제를 안심시키고는 튜브를 해변으로 끌고 나왔다.

이 씨는 이달 초 부모님 일손을 돕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고향 완도를 찾았다. 어릴 적부터 완도 바다는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빠르게 빠져나간다는 걸 알고 있어 늘 조심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 씨는 2016년 인명구조자격증을 땄고 2019년부터는 인천에서 어린이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수심이 깊어 내심 긴장했지만 A 군 형제가 잘 버터냈다. 엄마의 마음으로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도경찰서는 10일 이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