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6시 반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돼지국밥집. 저녁 손님으로 한창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이날 가게 안은 썰렁했다. 윤신숙 실장(59)은 “하루 1000그릇 팔던 국밥이 지금은 절반도 안 나간다”며 허탈해했다.
예년 같았으면 3층까지 손님으로 다 채우고도 모자라 밖에 긴 줄이 늘어섰겠지만 지금은 1층 20개 남짓한 테이블도 겨우 절반 정도만 손님이 찬다. 2년 전 여름과 비교하면 매출이 70%나 줄었다. 20명이던 직원은 이날부터 12명만 일한다. 윤 실장은 “24시간 영업했는데 지금은 오후 10시면 문을 닫아야 한다. 손님도 테이블당 최대 2명밖에 못 받는데 누가 수육을 시키고 술을 마시겠느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밀면집과 낙지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던 맥줏집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거리 두기 4단계에 맞춰 부산지역 해수욕장은 이날부터 22일까지 파라솔 같은 편의시설 이용이 금지되는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1.4㎞의 백사장에는 모래쌓기 놀이를 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여행객만 가끔 눈에 들어왔다. 8월이면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해수욕장에는 ‘한여름 극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상인들은 ‘올여름 장사는 망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 초(1~8일) 197만2006명, 올해는 68만6802명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2019년 215만2025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관광객이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관광객이 줄면서 비싼 임차료와 인건비를 주며 계속 가게를 해야 할지 상인들은 고민이다. 해운대 해변과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사를 잇는 ‘구남로’(470m)에는 130여 곳의 식당과 판매시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뜸해지면서 거리 전체가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장영국 상인회장은 “무더위에도 가게마다 줄 서던 풍경은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 돼 버렸다”고 답답해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거리 두기 격상과 해수욕장 폐장으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임차료와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경 해운대구 관광경제국장은 “코로나 대응책과 사계절 해수욕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콘텐츠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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