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때마다 줄어드는 ‘모더나 물량’… 국민 불안 쌓여간다[기자의 눈/김소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로나 4차 유행]

김소민 기자
김소민 기자
“연료가 간당간당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대구의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10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매번 접종일을 코앞에 두고 백신이 입고되는 바람에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초 50대 740만 명에게 접종하려고 했던 모더나 백신에 결국 ‘펑크’가 나면서 백신 수급은 더 악화했다. 문제는 모더나 백신 도입량이 정부 발표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오후 2시 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이 8월 예정 물량(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만 들어오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많아야 425만 회분이 들어온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6시간 뒤 그 물량마저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7일 국내에 들어온 130만 회분을 8월 물량으로 간주해 425만 회분에서 130만 회분을 또 빼야 한다는 것. 그렇게 되면 앞으로 들어올 모더나 8월 도입 물량은 많아야 295만 회분에 그친다. 권 장관이 처음 말한 425만 회분의 3분의 2, 당초 예정됐던 850만 회분의 3분의 1 수준이다. 해명을 거듭할수록 들어올 백신 물량이 줄어드니 정부가 차질을 빚은 백신 물량을 일부러 축소 발표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방역당국은 “모더나가 그렇게 통보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모더나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에도 “8월 공급분은 7월 공급분과 제조소가 달라 문제없을 것”이라는 모더나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흘 뒤인 30일엔 김부겸 국무총리가 “8월 중 850만 회분이 제때 도입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 약속들은 2주 만에 ‘공염불’이 됐다. 8월 백신은 들어오지도 않고 7월에서 8월로 이월된 196만 회분 중 130만 회분만 들어왔다. 정부는 남은 7월 이월분이 언제 들어올지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 백신 공급 과정에 불확실성이 클수록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 투명하게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희망이나 과장이 섞인 모더나 말만 전달한다면 실망은 더 크다. 이번 주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이 미국 모더나사에 항의 방문을 할 예정이다. 더 이상 백신 수급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분명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모더나 물량#코로나 백신#방역당국#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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