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으로 젖소들의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우유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일부 편의점에서는 우유 주문이 차단됐고 대형 마트에서도 우유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원윳값 인상으로 우윳값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우유를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은 이달 초 서울우유 1.8ℓ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CU의 경우 영남권에 공급하는 부산 지역 우유 900ml 제품의 공급도 중단된 상태이다. 매일유업은 이달부터 5% 수준에서 대리점 공급량을 조정하고 있고 대형마트 일부 점포에서 우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폭염에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진데 따른 것이다. 젖소인 홀스타인종은 더위에 취약한 품종이다. 올여름 유난히 더운 날이 지속되자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원유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실제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발생했던 2018년 8월 전국 원유생산량은 16만3700톤으로 같은해 5월(18만톤)보다 9% 적었다.
환경적 요인에 따른 원유생산량 감소인 탓에 발주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날씨가 시원해져 원유생산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하루에 두 번 착유를 하지만 올해 이른 더위로 생산량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며 “무더위가 잦아들 때쯤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서울에서 첫 열대야가 관측된 건 지난달 13일로 지난해(8월 4일)보다 23일 빠르다.
우유 수급 불안이 원유 가격 영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1일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인상했다. 정부는 최근 먹거리 가격 인상이 계속되자 물가 안정을 위해 원윳값 인상을 철회하거나 재논의 하자며 중재에 나섰지만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합의한 사안인 데다 1년간 유예를 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윳값이 오르면 우유는 물론 빵, 치즈, 과자 등의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 낙농진흥회는 정부의 중재에도 이번주중 원유 가격을 결정짓는 조견표를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인상 폭은 2018년(ℓ당 4원)의 5배에 달하는 만큼 원가 압박을 받는 유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윳값 인상을 둘러싼 입장차가 크지만 최근 폭염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까지 겹쳐 농가는 물론 유업계의 고심을 더하고 있다”며 “이번주가 원윳값 인상을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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