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후 목돈을 들여 도미토리(기숙사 형식)룸을 1~2인 프라이빗룸으로 개조하는 등 여행객들의 집단감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님의 발길은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3단계 격상 후 늦은 시간까지 파티나 대규모 모임도 못 가지니 굳이 ‘게하’(게스트하우스)에 갈 필요가 있나는 관광객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제주 A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본격적인 여름휴가와 함께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의 여파는 1년 중 최대 대목을 맞이한 호텔·숙박업계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숙박 업계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약한 고리’가 가장 먼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특급 호텔·프리미엄 리조트의 경우 예약 취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반면 3~4성급 호텔 및 펜션·게스트하우스는 손님보다 직원이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호캉스 열풍? 실상은 ‘반토막’…“중소·영세 업체 피해 더 클 것”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호텔들과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은 4차 대유행으로 ‘여름특수’를 사실상 상실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엔 지역을 막론하고 예약 2건 중 1건 꼴로 취소 문의가 올 정도로 취소율이 급증했다. 이 당시는 수도권 확산세가 최절정에 이르면서 거리두기 4단계가 본격 시행되고 전국적 유행이 시작된 시기다.
예약 플랫폼 관계자는 “특급호텔들의 취소율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평균 반토막’은 결국 중소·영세 업체들에 취소가 몰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파티와 바비큐 등 ‘개방성’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코로나19 시대 호캉스가 대세로 떠오를 수 있었던 ‘프라이빗’과 ‘럭셔리’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과거 제주도 등 휴양지에서 ‘게하’(게스트 하우스)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장점이 지금은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비수도권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산을 시작으로 4단계 ‘격상 행렬’이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객실 제한뿐 아니라 부산의 경우처럼 해수욕장 폐쇄 등 강도 높은 조치들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휴양지’ 호캉스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소·영세 업체들의 경우 타격 규모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거리두기 3단계 격상 후 지역내 주요 숙박시설의 예약이 반토막이 났다는 보도가 잇따라 의아했다.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는 위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급호텔과 프리미엄 리조트들은 다행히 ‘줄취소’와 같은 최악의 사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요 호텔들에 따르면 서울 호텔들은 절반 가까이가 비어있지만 주요 휴양지의 경우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현재까진 유지하고 있다.
한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등 외부 변수가 터졌을때 사실 가장 늦게 영향을 받는 것이 특급호텔들”이라며 “안정성과 퀄리티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최근 떠오르는 ‘럭셔리’ 이미지도 갖추고 있어 고객들의 주목도와 ‘충성심’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거리두기의 단계적 제한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거리두기 3단계에선 전체 객실의 4분의3, 즉 75%까지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4단계로 격상되면 3분의2, 66.6%까지 줄어들게 된다. 호텔 입장에선 8~9% 가량 고객과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국적 대유행과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이 현실화된다면 특급호텔도 결국엔 직접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중순에는 서울뿐 아니라 확진자가 급증했던 부산 등의 특급호텔에도 취소문의가 잇따랐다. 특급호텔 관계자들은 “당시 여름 휴가 최절정기에 취소 문의가 잇따르면서 특급호텔 업계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소강’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지금은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지만 전국적 확산세가 본격화된다면 상황이 또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 특히 최근 고객들은 숙박 하루 전까지도 고심을 거듭한 뒤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흐름을 읽기도 쉽지 않다”며 “이제 막 4단계 시행에 들어간 부산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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