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의 증거은닉, 되레 부메랑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3일 03시 00분


2심서도 입시비리 유죄 판결, 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9·수감 중)에게 2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 징역 4년을 선고하자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증거 은닉 행위가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택 PC 하드디스크, 개인 노트북, 동양대 표창장 원본 등 정 교수가 직접 은닉한 ‘미제출 증거’ 없이도 입시비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양형에만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는 A4용지 144쪽 분량의 2심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주거지에 있던 컴퓨터 저장매체 중 일부와 자신이 사용하던 노트북을 끝내 제출하지 않으면서도, 은닉을 지시했던 저장매체나 컴퓨터 본체에 관해서는 ‘다른 조용한 곳에서 살펴볼 의도였을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B(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와 함께 교수 연구실 PC 하드디스크 등을 반출한 행동에 대해 “증거 확보 차원일 뿐 은닉의 의도가 없었다”는 정 교수 측 주장이 본인의 행동과 모순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 교수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9년 8월 본인이 직접 또는 가족을 통해 자택의 흰색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반출해 은닉했다. 정 교수는 해당 하드디스크에 대해 자산관리인 김 씨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정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던 이인걸 변호사는 “‘아니, 교수님 그렇게 떳떳하다고 하시면서 왜 자택 PC를 교체하시냐. 이거 괜히 오해를 사게 됐다’고 정 교수를 질책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정 교수의 개인 노트북도 여전히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 교수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은닉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2019년 9월 정 교수가 차에 두고 내린 노트북을 직접 전달해 줬다”는 김 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정 교수가 수사 과정에서 노트북을 은닉한 사실을 인정했다.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여부를 가릴 핵심 물증으로 꼽혔던 표창장 원본도 정 교수는 “분실했다”며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1,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주요 근거로 삼아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형사 법리상 본인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스스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기는 행위는 직접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형량이나 법정 구속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증거 인멸 우려가 높다”며 정 교수를 법정 구속하면서 노트북 은닉을 구속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2심 재판부도 정 교수 본인의 증거 은닉 행위에 대해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2심 선고 다음 날인 12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경심#증거은닉#입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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