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뀐 AZ 접종연령… 오락가락 정부 “30, 40대도 원하면 접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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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유행]AZ 잔여백신 접종 허용



AZ, 30~40대도 접종… 연령기준 세번째 변경


정부가 잔여 백신에 한해 30, 40대도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연령은 올 2월 접종 시작 이후 지금까지 3번 바뀌었다. 기준 없는 연령 조정에 안전성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3일 브리핑에서 “30세 이상 희망자를 대상으로 13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당초 65세 이상이던 해당 백신 접종 가능 연령은 해외에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논란이 불거지자 올 4월 30세 이상으로 변경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TTS 사례가 나오자 지난달 1일 다시 50세 이상으로 높였다. 최근 높은 고령층 백신 접종률 탓에 폐기되는 백신이 늘자 잔여 백신만 30, 40대 접종을 허용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4차 유행에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백신을 일찍 맞고 싶은 분에게 위험과 이득을 설명하고 접종할 것”이라며 “(안전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30, 40대 접종 안전성에 대해 새로 파악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지침을 바꿔 백신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내년 1분기(1∼3월)부터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 3000만 회분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공여한 얀센 백신 40만 회분은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23일부터 교정시설 입소자 등의 예방접종에 사용된다. 정부는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수도권에서 765개 병상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또 바뀐 AZ 접종연령… 오락가락 정부 “30, 40대도 원하면 접종”
정부가 13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대상자에 30∼49세를 포함시키며 폐기되는 잔여 백신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음에 정한 접종 연령을 과학적 근거 없이 ‘수급 문제’로 인해 바꾸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백신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4차 유행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광복절 연휴(14∼16일)를 하루 앞두고도 “집에 머물러 달라”는 것 이상의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 “원칙 없는 백신 정책” 우려


정부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폐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 물량을 30, 40대에게도 접종하기로 했다. 정부는 폐기 잔여 백신 숫자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고령층 백신 1차 접종이 마무리되면서 50세 이상만 맞을 수 있는 해당 백신의 폐기량이 늘었다고 전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내과는 “13일 하루만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이 9개 나왔는데 접종 희망자가 없어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를 다시 확대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달 30, 40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금지할 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위험이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보다 크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1269만 건 중 TTS는 3명만 확인됐다”고 말했지만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달라진 조건이 아니다. 이날 방역당국 관계자는 “4차 유행의 영향으로 감염 위험이 커졌으니 30, 40대에게 접종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30, 40대 사이에선 “누가 맞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회사원 고모 씨(43)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만 맞을 수 있다고 하다가 갑자기 잔여 백신을 맞으라니 안전성을 어떻게 믿고 접종하겠느냐”고 했다.

일부에선 30, 40대가 이미 예약한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 대신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그만큼 백신 불신이 적지 않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연일 원칙 없는 정책을 진행해 백신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화이자 백신 1, 2차 접종 간격은 처음 3주에서 4주, 최근엔 6주까지 늘어났다. 수도권 55∼59세가 맞는 백신 역시 물량 부족을 이유로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뀐 바 있다.

○ 광복절 앞두고 방역 ‘재탕’

13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1990명이다. 정 청장은 이날 “아직은 확진자 수를 정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확진자 1명이 5명까지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델타 바이러스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차 유행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정부 대책은 대부분 ‘재탕’ 수준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연휴만큼은 모임과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말했다. 일부 방역 전문가는 기업 재택근무 추가 도입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 역시 기업별 자율 준수 수준의 권고에 그쳤다.

정부는 이날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과 류근혁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 등 대표단을 미국 모더나로 파견했다. 모더나는 8월 국내에 보낼 예정이던 백신 850만 회분을 절반 이상 줄여 보내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한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전략에 대해 “충분히 치명률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검토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1차 접종률이 70% 수준이 되는 9월 이후에나 이를 검토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접종연령#오락가락#잔여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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