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에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던 남성을 치고 그대로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가 2심에서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 남성이 평소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어 사고 이전에 돌연사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운서 부장판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3일 오전 3시 11분께 울산 동구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던 60대 남성을 차로 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에 검찰은 차량의 아래 커버 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격을 있었음에도 구호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 피해자가 결국 사망하게 됐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실시되지 않아 정확한 사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또한 외상이 직접적 원인이 돼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소견을 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사고 전 지인과 함께 2~3시간 동안 맥주 5병을 나눠 마셔 평소보다 과음하지 않아 집 근처 도로에서 만취해 쓰러져 있었을 가능성이 낮은 점, 피해자가 비교적 고령인 점 등도 다른 질병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심의 판단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가 당시 만취상태가 아니었던 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돌연사 가능성이 낮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평소 병력에 비춰볼 때 돌연사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1년부터 사망하기 일주일 전까지 총 73회에 걸쳐 고혈압과 고혈당증, 고지혈증, 심혈관 기능 이상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며 “피해자가 돌연사의 원인이 될 질병을 장기간 앓고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 사고 당시 생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청구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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