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동의없이 폐 추가절제한 의사…1심 금고 6개월·집유 2년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5일 07시 12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1.7.19/뉴스1 © News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1.7.19/뉴스1 © News1
환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조직검사 중 폐 부위를 추가로 절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흉부외과 전문의 A씨(67)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6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B씨의 오른쪽 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폐 오른쪽 상엽부위를 일부 절제해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A씨는 조직검사를 위해 절제한 조직에서 염증 소견이 나오자, 폐 염증으로 절제된 부위가 다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B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검찰은 A씨가 최종 결과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폐엽절제술을 시행해 폐 우상엽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상해를 입혔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2019년 10월 기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소량의 조직을 절제한 뒤 조직검사를 시행할 것이라 설명했을 뿐 폐엽절제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일부 조직을 절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며 “폐 염증으로 인한 기침, 가래 등의 증상도 없어 병명진단을 위해 폐엽절제술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조직검사를 위해 쐐기절제술로 떼어낸 조직만으로는 병명 진단이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조직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직검사를 위해 절제한 검체만으로도 병명진단이 가능했고 이후 피해자와 상의해 진료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단지 병명 진단을 위해 전체 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크고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 고통과 피해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최근 A씨와 B씨 사이 민사소송이 확정되면서 B씨에게 손해배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B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A씨와 병원에 11억원 상당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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