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사흘 뒤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성부사관 A 중사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주임원사가 17일 피의자로 전환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A 중사 사망 5일 만인 이날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주관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해군 군사경찰은 17일 부대장인 B 중령과 주임원사인 C 상사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4조(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C 상사는 A 중사로부터 성추행 당일(5월 27일)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뒤 가해자(D 상사·구속)를 불러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A 중사가 신고자임을 알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피해 사실 노출을 꺼렸던 A 중사가 두 달여 뒤인 이달 9일 정식 신고를 한 것이 C 상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D 상사의 2차 가해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또 B 중령은 A 중사가 정식 신고 이후 다른 부대로 파견 조치된 뒤 부대원들에게 2차 가해예방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대원들에게 A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말한 혐의다. 군 관계자는 “두 사람을 상대로 2차 가해 여부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참석자들은 성추행 뒤 사망한 공군 이 중사 사건 이후 6월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신고 전 피해자 지원제도’를 이른 시일 내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인사상 불이익이나 외부 노출을 두려워하는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도 심리 상담과 의료 지원, 법률 조언 등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군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스템이 정식 신고 뒤에야 작동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늑장대처라는 지적이 많다. 민관군 합동위도 이날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A 중사 사망사건의 경과와 향후 조치계획을 보고받고, 피해자 보호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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