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에서 아이누리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희 은계센트럴타운점 센터장(57)은 평소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2019년 3월 문을 연 뒤 인근 시흥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운영비 15만 원으로 책도 구입해 봤지만 항상 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책을 많이 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하던 김 센터장은 우연히 경기도청 홈페이지에서 책을 보내주는 ‘책드림, 꿈드림’ 사업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덕분에 센터를 이용하는 25명의 아이는 지난달 ‘엉덩이 탐정’ ‘그리스로마신화’ 등 96권의 새 책을 받아 읽고 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책을 읽은 뒤 독서지도도 하는데, 아이들과 부모 모두 만족해한다”고 기뻐했다. 김 원장은 경기도 87개 돌봄센터 관계자가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책드림, 꿈드림’ 사업에 신청하라고 추천했다.
○ 기관별 특성 맞게 책 지원
경기도가 상대적으로 책을 접하기 어려운 독서소외계층에 책을 주는 ‘책드림, 꿈드림’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약계층의 문화 격차가 심해지자 보편적 독서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경기도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조례’에 따라 추진되고, 올해 3억 원이 투입된다.
경기도 책나눔 사업은 올해 200곳을 선정해 2만 권을 나눠줄 예정이다. 도는 4월 지역아동센터와 노인 장애시설 등 2697개 독서소외기관에 사업신청서를 보내 131개 사업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이후 도는 5명의 심사인원이 책 놓을 장소가 있는지, 책 나눔이 필요한 곳인지 등을 살펴보고 지난달 100곳의 기관을 선정해 1만 권의 책을 전달했다. 지난달에도 기관들로부터 책 신청을 받아 96개 기관에 1만 권을 줄 계획이다.
책나눔 사업에서 기관에 전달하는 책은 평론가와 독서교육가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료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연령별, 난이도를 고려해 추천 도서 100권을 정한다. 예를 들면 고령층과 저시력자가 있는 곳에는 큰 글씨로 만든 ‘빅북’을 주고, 아이들이 주로 있는 곳은 큰 그림이 많이 있는 책을 주는 식이다. 한 재활시설에 있는 김모 씨(75·여)는 “책을 보면 눈이 아팠는데 큰 글씨로 된 책을 보니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 독후프로그램도 효과 ‘만점’
경기도는 단순히 책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독후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원래 계획돼 있던 방문형 독후프로그램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독후프로그램으로 전환됐다. 올해 선정된 196개 기관 모두 네이버 밴드(band.us/n/a9a356h4s9e8R)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기관마다 담당자들이 독서 활동과 디지털 시대 책읽기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 독서교육 강연을 한다. 기관별로 ‘책 놀이 키트’를 줘서 입체 도서 만들기와 목공 인형 만들기, 색칠 체험 등 책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기 수원에서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하는 이채영 도담도담 시설장(56)은 “회원 10여 명과 함께 책에 어떻게 접근하고 읽는지 등에 대해 비대면 교육을 받았다”며 “시설 이용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책을 보고 관심을 갖는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창범 경기도 도서관정책과장은 “관심이 낮고 어려운 독서 환경에 있는 도민들이 이번 책 나눔 사업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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