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열흘 넘게 지났지만 그 여운은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관중 없는 텅 빈 경기장, 마스크를 쓰고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들의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국민들은 TV를 통해서나마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객관적 전력이 앞선 일본, 터키를 연파한 여자 배구의 강한 투지와 단결력이 돋보였습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럭비 선수들도 박수를 받았습니다. 불리한 체격 조건을 극복하고 발군의 실력을 보인 수영, 펜싱, 높이뛰기, 근대5종 선수들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를 꺾은 허광희 선수를 비롯해 다양한 사연을 안고 최선을 다한 유도, 탁구 등 모든 종목의 선수들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젊은 선수들과 국민들은 금메달에만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를 즐기고 응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빛난 종목은 양궁입니다. 난공불락의 실력도 돋보였지만,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함과 투명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한양궁협회는 늘 대회 직전 경쟁을 통해 최고 실력자를 뽑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협회는 대표를 새로 뽑기로 하고 일관되게 밀어붙였습니다. 2020년 대표로 선발된 선수도 원점에서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 혼성전 출전 선수를 정할 때도 원칙을 지켰습니다. 개인 예선 랭킹 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남녀 1위에 오른 대표팀 막내 김제덕과 안산을 혼성전에 출전시켰습니다. 만약 양궁협회가 원칙에서 벗어났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겠지요.
이와 달리 야구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야구는 출발부터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선수 선발, 선수 운용, 부적절한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감독은 현재의 실력이나 데이터보다는 과거의 경험이나 촉에 기댄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경험이 필요하다며 최고의 실력을 보이던 젊은 선수를 배제하는가 하면, 가능성을 들어 기록이 저조한 신인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모호한 원칙과 기준에 팬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주전 2루수가 빠졌는데도 대체 2루수를 보강하지 않았고,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데려가서 요긴하게 활용하지도 못했습니다. 계투진 부족 우려를 무시하더니 불펜이 낯선 선발 투수를 중간에 활용하여 실패를 자초했습니다.
패자 준결승전에서 미국에 진 뒤 감독은 “꼭 금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금메달을 못 딴 건 아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던 본인의 말을 뒤집은 겁니다. 감독의 소신은 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오만’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원칙과 공정한 경쟁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한국 양궁이 보여준 모범적 사례가 사회 전반에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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