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탈영 의혹을 수사했던 국양근 대전지검 검사(37·사법연수원 41기)와 공개적으로 추 전 장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나경 대구지검 검사(40·41기) 등 검사 11명이 올해 신임 법관 임용 예정자 157명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부터 법원이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나 검사 등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경력 법관제’를 시행한 이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사법연수원 수료자 숫자를 올해 처음 앞질렀다.
● 판사로 전직한 검사 11명…지난해에도 15명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현직 검사 11명이 법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15명의 검사가 한꺼번에 법원으로 이직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검찰 엑소더스’가 나타난 것이다. 법원으로 이직하는 검사 11명은 모두 검사 생활 ‘5~10년차’였다. 사법연수원 45기를 수료하거나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2016, 2017년부터 근무한 ‘5~6년차’ 검사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수원 41기를 수료한 뒤 2012년부터 검사로 생활했던 ‘10년 차’ 검사도 2명 있었다.
추 전 장관 아들의 탈영 의혹을 수사했던 국양근 검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추 전 장관은 검찰 내부망에 자신을 비판하는 한 평검사의 글이 올라오자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글을 썼다. 당시 검사들은 평검사를 저격한 추 전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고, 국 검사도 이 글에 댓글을 달아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갖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므로 나도 커밍아웃하겠다”고 추 전 장관에 반기를 들었다.
검사 경력 10년 차를 넘긴 이나경 검사도 법원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이 검사는 지난해 검찰 내부망에서 추 전 장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반대하며 “법을 다루는 모두가 공판 중심주의를 새롭게 논의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찌꺼기를 치우는 일은 공판검사 개인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기물 무단투기 사범을 구속한 뒤 범죄수익 환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 대검의 ‘우수 업무 사례’로 꼽혔던 강병하 전주지검 군산지청 검사(36·변호사시험 4회)도 임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조계에선 검사들의 계속되는 ‘법관 전직’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과 정권을 겨냥한 수사팀의 좌천 인사 등 문재인 정부의 ‘검찰 흔들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드루킹 특검’에 파견됐던 이신애 전 의정부지검 검사, 사법연수원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던 황해철 전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우수인권검사로 선정된 권슬기 전 수원지검 검사 등이 판사로 전직했다.
반면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 전 지사의 변호인 허유정 변호사(32·45기)도 이번 판사 임용 명단에 포함됐다.
● 로스쿨 출신 신임 법관, 처음으로 절반 넘겨
올 10월부터 법관으로 임용될 157명 중 79명(50.32%)은 로스쿨 졸업자로 사법연수원 수료자 78명(49.68%)보다 많았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전체 신임 법관의 절반을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은 2015년부터 신임 경력 법관으로 임명됐는데 2015년 전체 합격자 중 34.57%를 기록한 이후 2016년 24.07%, 2017년 20.12%로 비율이 줄었다. 이후 로스쿨 출신의 법관 임용 비율은 2018년 30.55%, 2019년 42.5%, 지난해 36.7%를 기록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2015년도 이후 매년 사법연수생 숫자가 급격히 줄고 로스쿨 졸업생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임 법관의 70.7%(111명)는 지원 기준인 ‘법조 경력 5년’을 갓 넘긴 검사나 재판연구관, 변호사였다. 법조인으로 6~9년 동안 활동해온 합격자는 43명으로 27.38%였고,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 3명(1.9%)도 경력 법관으로 뽑혔다.
신임 법관 중에는 로펌에서 일했던 변호사가 88명(56%)으로 가장 많았다. 국선 전담변호사 28명(17.8%), 법원 재판연구관 27명(17.1%)과 검사 11명(7%),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 기관에서 일해온 변호사 5명(3.18%)이 뒤를 이었다.
대법원은 다음달 3일까지 대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의 법관 자격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대법관회의에서 기존 심사 자료와 제출된 의견 등을 종합해 임명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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