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화산’(火山) 섬으로 처음 바라본 이는 누구일까. 1901년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 높이 1950m를 기록한 독일 지리학자인 지그프리트 겐테(1870~1904)를 주목해볼 수 있다. 한라산 높이를 기압계 등 과학적 장비로 최초 측정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라산을 측량한 1915년보다 앞섰다. 독일 퀼른신문에 실은 그의 여행기에서 ‘화산’ 용어가 등장했다. 겐테는 여행기에서 ‘화산을 향한 출발’, ‘한라산 분화구’, ‘현무암, 응회암’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송성회 제주대 명예교수가 1994년 번역한 겐테의 한라산 여행기에 따르면 “용암류들이 바다를 향해 파괴적으로 질주하면서 남긴 거대한 흔적들을 알아본다. 아래로 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강 하구 형상을 띠어가는 두 개의 검고 널찍한 선을 이루며, 지구 내부의 유동성 용암이 바다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표현했다.
겐테는 한라산이 이미 화산지형임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하천 계곡이 화산폭발로 형성된 이후 폭우에 의해 더욱 깊어진 것으로 추론했다. 겐테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주변을 항해하다 화산을 보고도 탐방하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동중국해상에서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른, 시칠리아섬 화산보다 2배 이상 높은 한라산을 본 뒤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운 섬’ 방문과 한라산 등산을 감행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