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신규 16명 채용 위탁 받아… 실기-면접까지 맡은 건 전국 처음
‘1차 필기 위탁 의무화’ 與개정안, 국회통과 전에 全과정 위탁 진행
“사학의 공립화 우려” 반발 확산… 채용 위탁학교엔 운영비 등 지원
사학단체 “재정지원 빌미로 압박, 자율성 침해… 헌법소원 낼 것”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지역 내 일부 사립학교의 신규 교사 채용 전 과정을 전담한다. 사립학교 교사를 교육감이 직접 뽑게 되는 셈이다. 시도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맡아 진행하는 건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사립학교 교사 선발 전형의 일부를 교육감에게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행 추진 중이다. 의무화는 아니지만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계획은 일부가 아닌 전체 전형이 대상이라 개정안보다 범위가 넓다. 사학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교육청이 필기부터 면접까지 직접 실시
경기도교육청은 23일 중등교사 신규 임용시험 사전 예고를 공지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8개 사학법인에서 내년 10개 학교에서 근무할 신규 교사 16명의 채용을 위탁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교사 선발을 위한 1차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수업 시연과 면접 등을 직접 진행한다.
현행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법인 등 임용권자가 필기시험·수업 시연·면접 등을 통해 교사를 채용하도록 규정한다.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것은 선택사항이다. 경기도교육청은 1차 필기시험 위탁을 의무화한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전 과정 위탁 진행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에는 263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20여 개 법인 28개교가 참여해 1차 필기시험만 교육청에 위탁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교육청에 채용 전 과정을 맡기면 건학이념에 맞는 교원을 선발할 수 없어 신규 채용을 포기한 학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채용의 공정성과 양질의 교사 확보,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위탁채용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위탁 채용에 참여한 사학 법인들은 문제 출제 등 법인 자체 채용 진행 시 어려움이 있어 위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학들 “재정지원 빌미로 자율성 침해”
교사 채용 위탁에 참여하지 않은 사학들은 “재정지원을 빌미로 사실상 위탁 채용을 강제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 사립학교에 보낸 ‘2022학년도 사립학교 교사 신규채용 협의 알림’ 공문에서 법인 자체 채용을 할 경우 신규 채용 교사의 인건비와 전형 및 채용 소요경비를 전액 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그 대신 채용을 위탁한 사학에 대해서는 교수학습기자재 등 구입비 명목으로 학교당 5000만 원, 법인운영 필요경비 명목으로 법인당 5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안내했다. 시설 개선사업에 대해서도 1교 1사업 적용을 예외로 두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내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사학들은 수업료 징수, 수익사업 등이 막힌 상태라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자체적으로 수업료를 받는 자사고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사학의 공립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각기 다른 건학이념을 가진 사립학교가 교사 선발권을 빼앗기면 공립학교와 다를 게 없다”며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협의회)는 “교원 인건비 지원은 중학교 의무교육과 고교 평준화 정책에 강제 편입돼 수업료 징수를 통제당한 사립학교에 재원을 보전해 주는 것”이라며 “채용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교육청 재량행위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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